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0일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하자마자 전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보교육인 '나라사랑 교육'에 대한 자료제출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임내현·박지원·이춘석 의원 등은 이 자료가 이미 초등학생들에게 공개됐고 기밀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자료제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에 "영상은 기밀자료도 아니고 교육용 자료다. 군내 장병을 대상으로 만든 자료인데 그것이 초등학교 학생들한테 보여준 게 적절치 않고, 군도 인식하고 있고 조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춘석 의원은 "(군 내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군의 폐쇄성에 있다"며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만의 문제라고 해서 공개하지 않는다. 폐쇄성을 넘어야만 군 개혁이 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는 있는데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입장은 양해해달라"며 "그것이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어서 자료 원본 제출은 (불가하다는) 군의 입장을 양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사위 위원들은 양당 간사의 협의에 의해 해당 영상을 어떻게 공개할지를 정하기로 했다.

10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군 당국이 '나라사랑 교육'에 군 내부 장병 교육용으로 제작된 교안을 그대로 표준교안으로 지정해 활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나라사랑 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에 대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손을 뒤로 묶는 비둘기 고문을 받다 피를 흘리는 두 사람, 공중 매달리기 고문에 피 흘리는 사람' 등의 장면이 여과 없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11년부터 총 175만명에 달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이 안보교육을 받았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제작된 '나라사랑 교안'의 경우 해당 자료가 전국에 걸쳐 몇명의 학생들에게 노출됐는지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해철 의원은 "북에 대해 적개심을 주입하는 폭력적인 내용의 자료를 군이 별다른 제지 없이 학생 교육용으로 사용해 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로 군 안보교육 과정 및 교육자료 등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의 실태를 다루는 교육은 필요하다"면서도 "시대에 맞는 평화와 인권을 지향하는 내용, 학생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 두고 이에 걸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자료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제가 된 동영상은 '국방정신전력원'에서 제작해 각 부대에 하달한 교안이다. 국방정신전력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77년 출범, 1988년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됐다 지난해 12월 15년 만에 부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