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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헌모임 주최로 열린 최태욱 교수 조찬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10.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헌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박 대통령이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해 '블랙홀'에 비유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개헌을 하면 정부가 일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 확산에 또 다시 제동을 걸었다.
이의원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은 경제살리기나 일자리창출과 국정수행에 블랙홀이 아니라 (두 사안은) 정부와 국회가 역할분담을 해서 하는 것"이라며 블랙홀 주장을 반박했다.
개헌문제는 번번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논의를 미뤄온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개헌을 지금 논의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결국 개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지금 개헌을 안 하면 못하는 것"이라며 배수진을 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에서 당시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강력하게 주장, 박근혜 후보와 견해를 달리해 갖가지 추측을 낳은 데 이어 또다시 박근혜 정부에서 개헌 문제로 대척점에 섰다.
이재오 의원은 "개헌을 하면 정부가 일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고 현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현행 헌법대로 하고 개정 헌법은 다음 정권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불리할 게 없다. 개헌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정부가 경제 등을 이유로 개헌 논의 시점을 문제삼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반적으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권력축이 현 정권에서 차기 정권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 정부가 이를 꺼리는 것은 개헌 논의가 현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해 '식물정권'화 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헌 논의가 차기 대권 주자들에 휘둘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엔 공감하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개헌 논의를 차차기 정권으로 미루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포기할 대권 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개헌이 요원해 왔다.
이 의원은 "지지율을 20~30%씩 받아 대권 주자로 굳어지면 개헌할 유인이 적어진다"면서 "내년을 넘기면 총선 준비에 들어가고 총선 끝나면 각당 후보들이 대선을 준비하게 되는데 그럼 박 대통령 때처럼 정권잡고 난 후에 개헌하자고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차기 대권주자가 뚜렷하게 형성되기 전인 지금이 더더욱 개헌이 적기"라면서 "개헌으로 바뀔 권력구조로 손해보는 것이 없을 때"라고 설명했다.
거꾸로 개헌을 발판으로 '판'을 흔들고자 하는 의도가 끼어들 가능성은 없을까.
여권에서는 당권을 잡긴 했으나 친박(친박근혜) 주류와는 결을 달리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잠룡' 대열에 다시 합류했으나 여전히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상대적으로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야권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발(發) 야권 재편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개헌 이슈가 이와 결합해 언제든지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 양당제가 굳어진 현 체제에서는 야당발 정계개편은 어렵다"며 "여당 역시 개헌을 하자는 쪽이 다수가 개헌을 막으려는 소수에 가로막힌다는 생각이 들면 내부 갈등이 터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 개헌 논의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며 한발 물러선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꺼려하는 것을 의식한 '립서비스'라고 본다"면서도 "(김 대표가) 만약 개헌 없이 차기 주자 자리를 굳힐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김 대표의 정치력 한계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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