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 세금 폭탄 우려…'꼼수 증세' 업계 반발

[the300]5000만원 중고차 원가에 팔아도 세금 41만원→2017년 216만원

지영호 기자 | 입력 : 2014.09.24 17:27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전경./사진=뉴스1

정부가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적용 중인 의제매입세액공제의 공제율 인하 방침에 대해 중고자동차거래업계가 '꼼수 증세'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 등 중고차업계 관계자들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는 매입 가격 그대로 판매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더구나 세액공제율을 낮추는 것은 꼼수 증세의 연장선상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길 서울시자동차매매조합 위원장은 "부대비용을 제하더라도 매입잡는 동시에 세금을 내야 하고 심지어 본전에 팔아도 세금 부담이 있다"며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해야 하는 것은 우리 업계가 수년간 요구했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는 매출 세액공제에서 매입 세액공제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마진없이 원가 매출에도 세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세액 차감액을 결정하는 매입 세액공제율은 현재 9/109의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가지 이를 5/105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공제율이 더욱 낮아져 세금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게 중고자동차업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5000만원에 매입한 자동차를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현행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9/109를 적용할 경우 41만원의 세금이 발생하지만 내년부터는 7/107이 적용되면 127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2017년에는 216만원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정부의 과세 방침은 성실한 납세자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키고 당사자간 중고차거래로 위장해 세금을 탈루해 온 이들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던 정부가 조세회피자를 통한 세수확보가 아닌 손쉬운 조세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선 경기도자동차매매조합 위원장은 "중고자동차 거래량 중 약 40%에 해당하는 연간 100만대 가량이 당사자거래이며 이중 90% 이상이 조세회피 등을 목적으로 한 위장 당사자거래"라며 "9/109 적용시 위장당사자 거래로 인한 세금탈루액은 3690억원이고 6/106의 경우 7000억원의 세금탈루액이 나가는 등 불합리한 조세제도로 조세회피 현상 심화된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수 서울오토갤러리자동차매매사업조합 위원장은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무허가업자는 정부의 매입세액공제율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업자는 차를 차액보다 많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매입할 수 없지만 무허가업자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쟁하려면 차 가격을 낮춰서 구입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뉴스1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중고차거래업의 경우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마진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100만원에 구입해 110만원에 판매했다면 과세는 순이익 10만원에 대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부가가치세법의 원래 취지에 맞게 부가된 가치분에 관해 과세하는 것이 맞다"며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의 평가도 마찬가지인 만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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