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넘긴 세월호법…새정치연합의 '3가지 원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에게 추석명절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추석 연휴가 닥치도록 세월호특별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야권은 책임을 청와대로, 유력 대선주자에게로, 국회의장에게로 넘겼지만 변한 건 없다. 공을 넘기려고 하는데 받아주는 이가 없다.

새정치연합이 '독박'을 쓴 걸까. 그렇다. 하지만 자초한 독박이다. 코너에 몰리기까지 새정치연합은 참 많은 투쟁을 했다. 밤샘 토론도 하고 장외로도 나갔다. 세월호 유가족이 새정치연합과 '대화'를 끊지 않은 게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그나마도 새누리당이 유가족과 이야기를 트면서 끊어질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빈약한 줄이었다.

새정치연합이 유가족이 포함된 '3자협의체'를 방패로 삼아야 할 만큼 궁색해진 건 자신들의 '원죄' 때문이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원죄 1 : 공격 빌미 만든 특별법안

유가족이 내놓은 세월호특별법에는 단원고 대입 특별전형도 세월호 의인 지정 등 이른바 '특혜'도 들어있지 않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가 기소권과 조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뿐이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초기단계의 거친 요구사항들을 총망라해 특별법안을 내버렸다. 협상력을 높인 게 아니라 오히려 공격받을 빌미만 키웠다.

"유가족이 과도한 특혜를 주장하고 있다"는 오해는 빠르게 전파됐다. 새누리당 일부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혜를 새정치연합 안에 다 넣어놓고 자신들은 진상규명만 요구하는 척 한다"고 비난했다.

과장된 '특혜 법안'은 카톡을 통해 퍼져나갔다. 여론은 등을 돌렸다. 급기야 단식 중이던 김영오씨가 자신의 통장을 펼쳐가며 딸을 사랑하는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자신들이 낸 법안에 '신념'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새정치연합은 슬그머니 법안 내용을 바꾼다. 배상과 보상 부분은 아예 따로 떼어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마련했던 단원고특별법도 포기했다. 새누리당이 민생법안과 단원고특별법을 따로 처리하자고 제안했을 때 새정치연합은 이를 거부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통과시킨 단원고특별법을 별다른 설명 없이 폐기시킨 것이다. 욕은 욕대로 먹고 재난 지역에 갇힌 단원고 학생들을 위했던 진심도 지키지 못했다.

#원죄 2 : 신뢰 잃은 말, 무너진 리더십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우선순위'를 완전히 전치시켰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두 차례 '합의'를 했고 당에서 추인 받지 못해 모두 '파기'시켰다. 유가족이 원치 않는 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1차 합의 후 박 대표는 유가족을 설득하려 했다. 유가족이 "왜 협상안을 미리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협상의 기술'이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들이 원하지도 않는 내용을 합의해 와서는 '전략'이었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카드를 모두 써버린 새정치연합은 이제 입을 닫은 청와대와 말을 바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다. 하지만 호소력이 떨어진다. 양치기 소년의 말에 귀 기울일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또한 새정치연합을 협상 상대로 대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유가족에게 거부당하고 당내에서도 추인 받지 못한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당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투쟁 방법조차 일원화 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민생, 입법을 아우른 '3트랙 전략'이라고 표현은 하지만 사실상 리더십 붕괴다.

벼랑 끝에 섰는데도 새정치연합이 말하는 '세월호특별법'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직접적으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유가족이 희망하는 안"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당론을 대신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야당도 주장하지 않는 안"이라며 유가족을 압박한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중재자나 협상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처럼 보인다.

#원죄 3 : '방탄국회' 누가 시작 했더라?

철도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새누리당은 궁지에 몰렸다. 당론으로 '방탄'을 정하지 않았다지만 결과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가 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오만함의 극치"라고 논평을 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방탄국회의 문을 연 건 새정치연합이었다. 지난달 19일 새정치연합은 자정을 1분 앞두고 22일 임시국회 소집을 단독으로 요구했다.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핑계를 댔다. 사실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자당 의원들을 지키기 위한 꼼수였다.

하지만 검찰이 다음 날 영장 강제구인에 들어가면서 방탄국회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수사 선상에 오른 새정치연합 3명 가운데 2명의 영장은 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의원 한명을 구하고자 자충수를 둔 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송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찬성'이라는 당론도 세우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방탄'을 공격할수록 자신의 허물도 드러나는 역효과만 남았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100일째인 지난 7월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열린 '100일의 기다림' 행사에서 실종자 가족과 학생들이 남은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기원하며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뉴스1

#참회

새정치연합도 자신의 죄를 안다. 다만 참회의 방법을 고르느라 고해성사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첫걸음은 신뢰를 잃은 지도부 교체다.

당내에서는 중진의원들이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한다. 차기 대표로 박기춘·박병석 의원 등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된다. 본격적인 물밑 여론전이 시작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관리형 비대위원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원외에서도 공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중지란의 출발은 7 ·30 재보궐 선거의 '공천'부터 시작됐다는 자조가 당내에 확산돼 있다. 불공정하고 원칙도 없는 내편 챙기기 공천이 당내 갈등을 키웠고 세월호 정국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분열'로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이유야 어떻든 세월호 정국에서 새정치연합이 제1 야당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참회와 설득력 있는 인적쇄신 뿐이다. 추석 이후에는 세월호특별법을 움직일 새로운 동력이 생길까. 남겨진 팽목항에 가족도 없이 명절만 왔다.

분야별

정책

정치

스페셜

사람

뷰300

멀티미디어

추석 넘긴 세월호법…새정치연합의 '3가지 원죄'

[the300][현장+]새정치민주연합 향후 행보는?

최신뉴스

베스트클릭

최신뉴스

런치리포트

상임위

의원사용설명서 2.0

핫이슈

상임위동향

이주의법안

the300 국회의원 INDEX

生뉴스

내입맛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