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 헌법소원 1~2년 걸리는데…(종합)

[the300-국회 선진화법 논란 재점화]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4.9.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기국회가 개원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란속 여야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새누리당이 또 다시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법 논란 등 여야간 갈등과 대립이 불거질 때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카드를 어김없이 꺼내 들었다. 특히 지난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실규명으로 여야가 강경 대치하면서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자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요구는 절정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세월호 특별법 논란으로 민생·경제관련 중점 법안처리가 제동이 걸리자 당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이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반대할 경우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전날(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진화법은 국회를 무력화하는 법"이라며 "전문가들의 법률검토 등 헌법소원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정신에 따라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최종기구는 본회의인데 야당 동의없이는 지금처럼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개정 국회법 조항들은 헌법 49조 내지는 여러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3월 정부조직법 논란으로 박근혜정부 출범이 늦어지자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국정원 논란으로 여야간 격돌이 심해지자 정기국회 당시인 같은해 11월 국회선진화법 헌법소원 검토 카드를 빼들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부터 국회선진화법 재개정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국회선진화법 재개정과 헌법소원을 검토했다. 당시 TF 위원장을 맡은 이가 바로 주호영 현 정책위 의장이다.

새누리당 TF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당시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결과를 소개하며 "소수정당이 국회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면 대의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다수결 원리에 위배된다"고 밝혀 헌법소원을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크게 반발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틈만나면 헌법소원을 통해 국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1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여야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법안에는 상임위 소위 단계부터 '그린리본'을 달아 본회의까지 특급열차에 태우자"며 그린라이트법안을 제안했다. 이어 4월17일 당론으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참여해 '그린라이트법'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지난 5월 당선된 이완구 현 원내대표도 지난 6월 교섭단체 연설에서 "몸싸움 없는 국회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은 폭력국회를 방지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다수결 원칙 위배와 일하는 국회의 걸림돌이 돼 이제 개혁의 대상이 됐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의지를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국회선진화법 개정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단기적으로는  '세월호 특별법이 모든 법을 우선한다'고 외치며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1~2년은 소요되는만큼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문제제기는 야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압박하는 카드로 보인다"고 밝혔다.
 
[막전막후 속기록]선진화법 "의장 빼라니까 왜 자꾸…"

2010년 연말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로 의장석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헌법소원 제기 방침으로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우는 현행 국회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회선진화법안은 그간 국회에서의 안건처리를 놓고 여야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8대국회 막바지인 2012년에 개정된 국회법을 말한다. 당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축조심사를 진행했던 국회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어떤 논쟁들이 있었을까


‘의장’을 빼라

# (이명규 법안심사소위원장) “왜 의장 손을 거치게 해요. 자동으로 넘어가게 해야지 그러면 의장이 회부 안하면 어떻게 할건데, 의장이라는 단어를 빼라니까 의장을 왜 자꾸 넣어요?”

당시 국회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명규 전 의원은 최민수 수석전문위원이 상임위 신속처리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자동회부에 규정에 ‘의장이 이를 회부한다’는 내용을 보고하자 이렇게 따져 물었다.

# (이 소위원장)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 아닙니까? 패스트트랙의 취지는 한번 5분의 3으로 딱 시작하면 조르르 본회의까지 간다는 것 아니에요?

이 두 사람의 논쟁은 당시 국회법 개정의 근본적인 배경을 말해준다. 즉 당시 개정 목적은 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법안의 신속처리제도 등을 만드는데 있었다. 여야는 ‘자동적’으로 방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 굳이 그 사이에 의장의 권한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표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주장은 관철돼 현행 국회법 85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건의 신속처리 절차에 ‘의장이 회부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알쏭달쏭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이 소위원장) 그러면 계속 떠들고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하고 중지도 할 수 없고...
#(최 수석전문위원)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 종료해야 됩니다. 그래서 다시 소집요구를 그 전에 한다든가 해야 하는데 임시회 기간이 지금 헌법에 딱 30일로 정해져 있거든요


본회의 무제한 토론제도 일명 필리버스터 제도는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다. 합법적인 토론을 통해서 야당으로서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필리버스터이다. 그러나 현행 국회 회기를 규정(정기회 100일, 임시회 30일)하고 있는 헌법 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에는 이 부분은 해결하지 못했다. 회기 종료에 따라 토론이 종결된 안건은 다시 토론할 수 없고 다음번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또, 예산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도 11월 30일 자정까지만 가능하다.


예산안 자동부의? 여야 합의로 안할 수도 있다.

#(이상권 의원)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한다 그랬는데 합의만 하면 그때부터는 기간 제한이 없어지게 되어 버리네 ... 합의한 경우에는 어느정도의 기간을 주어야 할 것인지 정해주어야 신속하게 되지 않을까?

그간 우리 국회는 매년 해를 넘겨가며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선진화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두었다. 그러나 당시 이상권 민주통합당 의원의 발언처럼 교섭단체간 합의에 따라 사실상 무의미한 제도가 될 우려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교섭단체가 합의 이후 논의 기간을 특정하지 않아 사실상 연말마다 반복되던 예산 대치 정국이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與, 국회 선진화법 겨눈 헌법 49조 뜯어보니…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8월26일 오전 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14.8.26/뉴스1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다고 밝히며 선진화법 논란이 재점화됐다. 올 초만 해도 어떤 대안이 가능할지 모색한다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법률적 검토까지 마쳐 언제든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이를 강력 비판하는 등 새누리당이 실제로 행동에 옮길지는 미지수이지만 정국경색이 장기화하면 끝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진화법, 즉 현행 국회법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 시절에 이미 당내 선진화법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그는 지난 2일 "전문가의 법률 검토를 거쳐서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헌법적 문제를 다 검토해놓았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국회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하나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헌법소원과 같은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의장은 "이론적 구상은 다 해놓은 상태"라며 "여러 소송 형태 중 권한쟁의심판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심판업무는 크게 5가지로 △공권력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받는 헌법소원심판 △특정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따지는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이다. 새누리당은 권한쟁의심판 중에서도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주목한다.

국회법상 여야 합의가 없으면 법안을 상정도 처리도 하기 어렵다. 안건조정위원회 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제도가 있지만 이를 거치려면 과반이 아닌 정수의 3/5(60%)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을 크게 강화하면서 사실상 직권상정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조치들이 헌법기관인 개별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로는 헌법 49조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헌법 49조에 따르면 국회는 과반출석, 과반찬성으로 안건을 가결한다. '헌법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이란 단서가 있지만, 이 조항은 '과반'이라는 다수결 원칙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만일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나선다면 국회의원 개인 또는 다수가 국회의장을 대상으로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주 의장은 "(현행 국회법이) 헌법 49조 내지 여러 가지 헌법 원칙에 위반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과연 헌재의 문을 두드릴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단순 엄포만은 아니란 관측이 있다. 우선 이만하면 선진화법 폐해가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 초 선진화법 개정론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제대로 시행도 않고 개정부터 할 수 없다"는 신중론에 막혔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19대국회가 후반기로 접어든 가운데 전반기, 특히 올해 입법성과가 부진한 것이 확인됐다. 5월 이후 국회는 법안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입법제로(0)' 상태다.

여권의 권력지형도 주목된다. 새누리당으로선 국회법을 재개정하는 데 당내 여론을 모으고 정부와 호흡을 맞추기에 어느때보다 조건이 좋다.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선진화법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해 당 원내대표 시절 선진화법의 주역으로 꼽히는 황우여 당시 당대표와 동석한 회의에서도 "국회 무력화법"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공교롭게 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당을 떠나있다. 황 전 대표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맡아 당내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의원직을 사퇴하고 행정가로 변신했다.

물론 국회 스스로 만든 법안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재의 판단을 요구하기는 여전히 부담스런 일이다. 야당도 새누리당의 태도를 강력 비판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의미"란 시각이 있다.

위헌성 여부가 아니라도 선진화법 재개정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똑같은 논란이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는 것이다. 선진화법 취지는 다수당이 독자적 운영권을 내려놓고 야당의 협조를 국회운영의 전제조건으로 두는 것이다. 여당에 부담스럽고 야당이면 반드시 지키고 싶은 내용이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을 유지할 경우 어느 쪽이든 여당은 개정을, 야당은 이를 반대하는 힘겨루기가 무한반복될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 언젠간 고쳐야…헌법소원은 정략적"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입장차를 보였던 황우여 새누리당 전 대표(사회부총리)와 최경환 전 원내대표(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월14일 당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3.11.14/뉴스1

 

 

 

국회를 선진화하겠다며 2012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국회법은 국회 내 몸싸움, 날치기 등을 사라지게 했다. 여야 의원들이 '몸으로' 느끼는 장점이고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선진화법 최대 성과다.


선진화법이 개정당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력을 얻은 것은 빈번했던 의석점거나 날치기,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표결에 반대한 본회의장 최루탄 사건도 그 중 하나다. '동물국회'란 불명예가 생길 정도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했다. 이유야 어떻든 민의의 전당에서 '폭력'은 용납할 수없단 공감대가 컸다. 그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이 같은 여론에 극도로 민감했다.

다수의 횡포를 견제하자는 요구도 높았다. 국회의 물리적 충돌은 대개 여야 합의가 안된 채 다수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유권자들은 대한민국 정도 되는 국력에 걸맞은 성숙한 정치문화를 갈망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포용, 끈질긴 대화와 협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했다.

이렇게 도입된 선진화법은 그러나 입법 효율성은 끌어올리지 못했다. 쟁점법안이 걸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선 극소수 법안 탓에 나머지 비쟁점 법안의 발목이 묶이는 이른바 입법교착이 장기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엔 국정원의 대선기간 댓글개입 의혹,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정부 들어 여야관계를 얼어붙게 하는 악재가 속출하면서 타협과 양보를 제도화하자는 선진화법 취지는 실현하기 어려웠다. "동물국회를 피하자고 식물국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 보고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입법 효율성 제고에 부분적으로만 기여했다"며 "단 19대 국회 전반기뿐 아니라 회기 전체를 포함해야 보다 명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 견해도 엇갈린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3일 "지금처럼 여야 합의가 어려운 정치문화에서 선진화법이 필요하다"며 "다만 좀 더 시행해서 정치문화가 달라지고 성숙해진다면 그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화법 재개정을 주장해 온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몸싸움이나 날치기는 없어졌지만 입법교착은 그대로"라며 "다수제 제도하에 소수가 지나치게 다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선진화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화법의 공과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높다. 김준석 교수는 "원하는 법안이 통과가 안돼 헌법소원을 언급하는 것은 정략적"이라며 "선진화법을 고쳐야 하겠지만 그 주체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철 교수도 "만약 여야가 합의로 입법시킨 것이 위헌판정을 받는다면 국회의원들은 개인이든 국회 차원에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헌재까지 갈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 국회선진화법 바꾸고 싶어하는 이유…'180석'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월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2014.4.1/뉴스1

 

 

정기국회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출범부터 공전하면서 여야가 또 다시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여야가 갈등국면에 빠질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란이다.


그렇다면 왜 국회선진화법 논란이 때마다 되풀이될까.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놓고 빈번하게 반복되는 국회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 5월 제정된 '국회법 개정안'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과반(50%) 아닌 5분의 3 이상(60%)인 '가중다수결'이 돼야만 법안 등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수당이라도 180석 이상 압도적 다수가 아닌 이상 일방통행식으로는 법안처리를 강행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 현재 새누리당은 158석에 그쳐 혼자 힘으로는 어떠한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될때까지는 어떠한 민생법안도 처리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새누리당이 그토록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고 싶어하는 이유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이러니하게도 5분의 3 이상을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헌법 소원을 요청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 판결을 낼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국회 선진화법은 우선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가 있을때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했다. 직권상정이 이뤄질 때마다 강행처리하려는 여당과 저지하려는 야당간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했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견 조정이 필요한 법안에 대해서는 안건조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임위원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쟁점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간 논의한다. 하지만 조정된 안건의 의결 역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의안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도 도입했다. 여야가 안건을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려면 재정의원 또는 소관상임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로 지정요구 동의를 제출해 재적의원 또는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가결시 국회의장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추후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180일(법사위는 90일)이 지나야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의 패스트트랙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법사위가 120일 이내 법안심사를 마치지 않는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본회의 부의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와 함께 국회의장석이나 상임위원장석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할 경우 최고 국회의원 제명의 징계를 가하기로 했다.

또 매년 11월 30일까지는 예산안 심사를 완료하기 위해 기한내 종료가 되지 않을 경우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을 자동상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예산안을 법정시한내 처리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국회선진화법은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제도도 도입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는 경우 본회의에서 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중단 결의가 없는 한 회기 종료 때까지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면 법안 강행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법안을 처리후 "주요 안건 처리를 위해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이라는 요건을 뒀는데 법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과반수가 아닌 '가중다수결'로 가는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이행 이후 야당 동의 없이는 그 어떠한 법안도 처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자 "국회선진화법에서 규정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은 다수결 원칙을 위반한다"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정의화 황우여…'선진화법' 울고 운 주역들 지금은?

 

"사람이 착해서 그래요. 사실 그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해서 굳이 처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야당과 약속한 걸 지킨다고…" 

 
 올해 상반기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 내 비판이 비등하자 궁지에 몰린 황우여 대표(현 교육부 장관)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감쌌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 다수당에 불리한 선진화법을 굳이 처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야당과의 합의, 그 해 말 대선을 앞둔 분위기 등을 감안해 밀어부쳤다는 얘기였다. 
 
 어떤 의도로 처리를 주도했든 선진화법은 황 장관을 포함한 처리 주역들의 정치 역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표결은 192명 투표에 127명 찬성, 48명 반대, 17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정몽준·조해진·안형환 의원 등 주로 친이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고 이성헌·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도 일부 포함됐다. 최경환 의원은 기권을 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소수 정당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나머지 새누리당과 민주당 다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황 장관은 선진화법을 처리해내면서 친박(친 박근혜)계 리더로 부각되고 당 대표까지 역임하게 됐다. 하지만 대표로 있는 2년 내내 당내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야 대립구도가 심화되자 그 책임이 국회 선진화법과 이를 주도한 황 장관에게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했다. 선진화법이 결과적으로 야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여당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당내 평가는 결국 황 장관의 국회의장 꿈을 수포로 돌아가가 만들었다. 대표직을 마친 뒤 국회의장 직에 도전했으나 현 정의화 의장에게 대패했다. 다만 정부가 부총리로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 장관에 임명돼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정 의장은 선진화법을 끝까지 반대했다가 빛을 본 케이스다. 정 의장은 선진화법 통과 당시 공석 중인 의장을 대신해 의장 대행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를 진행했다. 정 의장은 통과 저지를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했고, 표결 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우려의 뜻을 속기록에 남기기도 했다. 정 의장의 이런 노력은 여당 동료 의원들의 지지로 돌아와 황 장관을 큰 표 차이로 제치고 국회의장에 당선되는 디딤돌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선진화법 처리의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막판 찬반 논란의 뜨거웠을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선진화법 수정안에 찬성한다"며 지도부가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 법안 처리에 결정타가 됐다. 박 대통령 본인도 당시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선진화법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지만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야의 대치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에 법안 처리를 촉구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기 전까지 원내에서 선진화법 지킴이 역할을 했다. 남 지사는 여당 내 쇄신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회 본회의 자유토론에서 찬성 토론을 하는 등 선진화법 처리를 주도한 바 있다. 
 
반면 친박 핵심이면서도 표결에서 기권을 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선진화법에 반대표를 던졌던 윤상현 의원은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1년(2013년5월-2014년 5월) 동안 선진화법의 문제를 제기하는 공격수 역할을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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