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만 쏟으면 뭐해? 희귀병 지원법 무관심속 '표류'

[the300][아이스버킷보다 급한 것①]

해당 기사는 2014-09-1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루게릭병 환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얼음물 세례', 일명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최근 SNS를 타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상파 TV 드라마에서는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과 투렛증후군(틱장애) 환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이제 막 개봉한 영화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자들이 부담하는 치료비를 모두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사회적으로도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보호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을 통해 의료비·자립생활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국가의 보편적 지원정책은 거의 공백상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 '사각지대' 내몰린 50만명…법안 논의는 '지지부진'

지금까지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지원은 보건복지부 의료비 지원사업(2001년부터 실시)을 통해 이뤄져왔다. 하지만 희귀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생활지원 등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법률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현민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대부분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 수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질환에 대한 예방·진료·연구는 물론 의료서비스 확대와 정부 지원사업의 안정적인 재정 마련을 위해서라도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희귀질환관리 및 희귀질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안 5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상태다. 1건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해당 상임위 상정조차 안 됐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에 드는 비용을 희귀난치성질환관리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을,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희귀난치성질환관리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의료비 지원 대상자 선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발의한 바 있다.

18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소아암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소아암환자 및 소아희귀질환자 지원법안(양승조 의원)'도 발의됐다.

이밖에도 복지부 산하에 희귀질환관리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희귀질환관리 및 희귀질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강기윤 의원)', 희귀질환관리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는 '만성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안(강기정 의원)'도 대기중이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희귀질환자는 약 50만명. 하지만 말그대로 '추정치'일뿐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희귀질환의 정의를 규정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테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왜 뒷전으로 밀렸나…문제는 '예산'

이처럼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희귀질환자 지원사업이 대규모 재원조달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은 현재 일반회계가 아닌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관련법이 개정안이 아닌 '제정법(새로 만들어지는 법)'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재정에 대한 부분을 확실하게 법 조문에 못박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기왕 나가고 있는 돈을 정식으로 쓰게 하자는 건데 복지부가 재정문제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열리면 관련법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안 내용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면 연구개발(R&D)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 등은 반영해야 하지만, 별도의 정보 예산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하면 법안 제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논의에 탄력이 붙기 위해서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필수적이다.

희귀병은 수년간 수십명 이하로 발생이 되기 때문에 대중은 물론, 질병 연구자들조차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명 인사들의 행보로 희귀병 질환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것도 '1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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