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하지만 이날 합의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자협상 추진을 의결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 뉴스1

새누리당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수사권 부여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7일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번복한 야당을 비판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지난 11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 동의 받기가 어렵다"며 다시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여야는 해당 합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 5명, 새정치연합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추천 4명, 유가족 추천 3명으로 조사위를 구성해 조사과정에서 유족들의 목소리를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족들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것.

이에 새누리당은 12일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13일에는 의원총회를 소집, 당의 입장을 확실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유가족들의 슬픔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수사권 부여 등에 대해 양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 7.30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이 야당에게 준 경고가 겨우 열흘 남짓 지났을 뿐인데 벌써 잊었느냐"며 "억지스런 주장으로 진상규명의 시간만 허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국민들께서는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13일 의원총회 이전에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만나 협상할 계획이 없다"며 "민생경제 관련법안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 본회의 처리는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합의사항을 사실상 번복한 야당은 향후 협상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 특별법에 합의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18~21일로 예정된 세월호 청문회 개최 및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역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위기에 빠졌다. 특히 13일 함께 처리하기로 한 민생경제 법안 역시 뒤로 미뤄지게 돼 여야 모두 부담을 안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수사권은 물론 증인채택 등 여전히 여야 의견대립이 치열한 사안들이 남아있지만 이번 야당의 합의 번복으로 오히려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더 이상 양보할 부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야당 측 인사 역시 "새정치연합이 대표 간 합의를 번복한 것은 아니지만 재협상을 추진키로 한만큼 증인채택 및 특검추천위원 구성 변경 등에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난 합의 이후 유족 및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만큼 기존 합의안만으로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