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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10억원 넘게 챙겼다는 얘기가 파다했죠."

국회에서 11년을 일했다는 한 보좌관은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모금된 금액 중 가장 많다고 들은 액수가 얼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한해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모금한도액이 1억5000만원(선거 있는 해에는 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출판기념회 한 번으로 합법적 정치자금의 6배에 달하는 현찰을 손에 쥐었다는 것이다.

이 보좌관은 "신고 의무가 없고 추적도 쉽지 않은 현금이 뭉터기로 들어오다보니 지역구 관리나 사용내역을 밝히기 어려운 곳에 쓰이곤 한다"며 "들어오는 돈의 액수나 정확한 용처는 영감(국회의원)만 알고 있어 얼마가 어떤 곳에 쓰이는 지 외부로 노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책값이 아니라 '떡값'…대부분 대관 담당자 개별 비용으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서 거둬들이는 책값은 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라기보다 '떡값'의 성격이 짙다. 책이 흥미로워 구입을 원한다면 굳이 출판기념회까지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결국 대부분의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대부분의 인원들은 국회의원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정치 후원자, 지지자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책에 표시된 권당 1만5000~2만원의 정가는 무의미하다. 권장가보다 많은 금액을 내는 것이 관례가 됐다. 책값은 '관계'에 따라 매겨진다. 의원이나 보좌진과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결혼식 축의금 수준의 성의표시가 보통이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다면 통상 5만~10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법안의 영향을 받는 관련 기업들은 회사 내규에 따라 직책과 직급에 맞게 지출 비용이 정해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공식적으로는 '대관업무'를 맡는 국회담당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비' 차원에서 축의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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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업무 6년차인 한 대기업 부장은 "아무리 신고하지 않는 돈이라고 해도 문제가 발생하면 장부가 드러날 위험이 있는데 왜 출판기념회를 통해 돈을 전달하겠느냐"며 "회사 차원에서도 회계처리를 이유로 화환만 보낼 뿐 성의표시는 순전히 담당자 개인의 부담"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나 이해관계자는 공공연하게 출판기념회를 통해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경우 출판기념회를 전후해 의원에게 미리 알려준 뒤 직원 개별 명의나 산하 단체 회원 등의 이름을 빌어 봉투를  나누어 내는 방법이 동원된다. 

검찰은 신학용의원의 경우도 지난해 9월 5일 출판기념회 당시 한국 유치원총연합회측이 사립유치원법 개정을 위해 단체 공금을 수백만원씩 나눈 뒤 임원명의로 수천만원의 축하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8년을 국회 보좌관으로 활동하다 기업체로 자리를 옮긴 한 공기업 관계자는 "100만원짜리 봉투가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는 법안에 목을 매고 있는 기업이나 공천을 요구하는 지역 유지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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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에서 SNS 출판기념회까지…자성 노력 움직임도

 

출판업계에 따르면 출판사들은 국회의원과 출판계약을 맺으면 2~3번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의원으로부터 500만~1000만원의 수고비를 받는다. 대필은 물론이고 제작과 출판에 관련된 모든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 막대한 금액을 모을 수 있는 수지 맞는 행사인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출판기념회가 정치후원금 모금행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정치인들은 자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96년 초선 때 출판기념회를 가진 이후 18년만에 계획한 출판기념회를 지난 3월 이후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국회의원 윤리실천법안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신용카드 결제기가 등장했다.

김상민 의원은 "통상 현금보다 신용카드 사용이 더 빈번해 결제기를 가져다 놓았을 뿐"이라며 "출판사에서 회사 명의의 카드결제와 현금 수입까지 도맡아 챙겼기 때문에 돈과 관련해 자유롭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여의도를 떠나면 이 같은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2월 전북대에서 열린 김승수 전 전북 정무부지사 출판기념회에는 투명 아크릴 모금함에 1만원짜리만 받아 화제가 됐고, 광주시장에 출마하려 했던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돈봉투를 원천 차단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