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 통과 이후 47일이 지났지만 방위비분담금이 아직까지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가 SMA에 대한 이행약정 체결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미는 제9차 SMA 이행약정을 아직까지 체결하지 못해 현재 방위비분담금 집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서 SMA에 대한 국회 비준이 늦어질 경우, △한국인 근로자들의 강제무급휴가 발동 및 이로 인한 주한미군 전투태세 약화 △군사 및 군사건설 분야 신규사업 발주 불가에 따른 이월액 대폭 증가 △군수 및 군사건설 사업 부진에 따른 우리 중소기업들의 조업 중단 우려 등을 이유로 국회 비준을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 4월16일 9차 SMA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한미는 현재까지도 SMA에 대한 이행약정 체결에 실패, 국회 비준 50일이 되가도록 방위비분담금은 단 한 푼도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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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는 현재 각각 작성한 이행약정 초안을 바탕으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비준 당시 국회가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정부측 조치사항과 제도개선 교환각서상의 내용을 이행약정 문안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이 일부 문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여야는 비준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협정 부대의견으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 종료 시 군사 건설 사업 소요에 대한 조사, 평가 및 국회 결과 보고 △협정 유효기간 산정 방식 정부 용역 실시 후 1년 이내 결과 보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국회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인상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88% 등의 부대의견도 제시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방안을 이행약정에 반영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측의 난색으로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인상은 노사간 단체협약 사항으로 이 문제로 이행약정 체결이 늦어진다는 정부의 설명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제 이행약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비율 88%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 8차 협정 당시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의 현물지원에 관한 교환각서'를 체결,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사업에서 현금이 아닌 현물지원을 △2009년 30% △2010년 60% △2011~2013년 88%로 구체적으로 적시했었다. 이번 9차 협상에선 이 부분이 빠졌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88%' 조항을 이행약정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이번처럼 SMA에 대한 이행약정 체결이 지연되는 일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SMA에 대한 이행약정이 도입된 1999년 이후인 4~5차 SMA 이행약정은 국회 비준 이전 이미 체결됐다. 2005년 6차 협정과 2007년 7차 협정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 직후 곧바로 이행약정이 체결됐고, 8차 협정의 경우에도 국회 비준 3주 뒤에 이행약정이 체결된 바 있다.

올해부터 5년간 적용될 9차 SMA에 따라 올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9200억 원으로, 향후 전전(前前)년도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적용(최대 4%)해 매년 지원분을 인상하도록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