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조한다더니···정부 개편하다 임기 끝날라"

[the300] 정부 '초스피드' 추진에 국회 제동 예고…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김태은 기자 | 입력 : 2014.05.29 17:28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2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출석해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4.5.20/뉴스1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초스피드'로 마련해 제출할 예정이지만 국회에서 '졸속개편'이란 비판이 일고 있어 조속한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행정부는 29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다음주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통상 20~40일 걸리는 입법 예고 기간을 불과 일주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가개조' 작업을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정부 조직 진용이 우선 확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충분한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이 이뤄지기도 전에 정부가 졸속으로 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과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급한 제도 개선보다는 진상규명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국회 안행위 야당 간사인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행정부로 바꿀 때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뒤에 한 발짝 물러나 있고 일선에서 책임지는 사람들이 제안하는 방안을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조직 개편안이 개정안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담화 내용이 뒤엎어 지는 등 스스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양경찰청 해체, 안행부 축소 등의 정부조직 개편의 큰 틀이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같은 대형 참사를 재발하기 위해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서 '개편을 위한 개편'이 돼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안행부 축소가 일부 백지화되는 등 공무원 조직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정부조직 개편에서부터 꺾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불과 일주일로 단축한 것은 사실상 개정 내용에 관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청와대가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등 정부조직 개편이 충분한 검토없이 준비됐다는 점에서 국회가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으로서는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당·정·청 간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조직 개편의 그림이 그려진데다가 여당 일각에서도 국가안전처의 역할과 해경 해체 등에 관해 정부안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다.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가 충분히 검토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겠지만 마냥 질질 끌게되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법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임기 초반에 국가개조라는 커다란 담론 속에서 너무 성급히 대안이 나오다보니 정부조직부터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라며 "이러다가 임기 내내 정부조직 개편만 하다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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