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구내식당 찾는 의원님들…정치자금법 10년

[대한민국 국회 보고서④]'오세훈법'으로 '돈줄' 말라…후원회 출판기념회 목 매

해당 기사는 2014-05-1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 기초연금법 등 각종 민생법안들이 통과됐던 지난 2일. 평소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대기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 전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의원들 중 몇몇은 국회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야당 국회의원 A씨도 이날 낮 12시5분쯤 혼자 국회 의원회관 2층 구내식당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걸고, 남들과 다르지 않게 줄을 섰다.

2004년 3월 정치자금법(오세훈법) 개정 이후 10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정치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법인·단체 정치자금 기부는 물론, 집회에 의한 정치자금 모금도 사라졌다. 연말이면 진풍경을 이뤘던 국회 의원회관 후원회 풍경도 사라진 지 오래다.


16대 국회 당시 초선의원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개혁특위 간사를 맡아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17대 총선 불출마 등 정치적 배수진을 치면서 법안 처리를 주도했고, 이후 이들 정치관계법들은 '오세훈법'으로 불렸다.


당시에도 '입은 찬성! 행동은 반대!'를 외치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정치자금법 개정은 이후 한국 정치판을 바꾼 손꼽히는 '정치개혁'으로 기억되고 있다.

◆"단골집은 구내식당·함바식당"…"의정보고서 보면 자금사정 보여"=정치자금법 개정으로 '돈줄'이 막힌 국회의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국회 회기 중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이면 국회 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국회 본청 큰식당 관계자는 "특히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의원들이 많이 온다"며 "똑같이 줄 서고, 똑같이 배식을 받기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만 안 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구분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 신축 및 리모델링 공사로 의원회관 옆에 차려졌던 공사장 '함바식당'도 의원들에게 인기 있는 점심식사 장소로 애용됐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함바식당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은 이제 '진풍경' 축에 속하지도 못한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의정보고서'를 보면 해당 의원의 자금 사정을 대략 알 수 있다고 한다. 자금사정이 넉넉한 의원실은 의정보고서 제작 전용 디자이너 등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고품질 의정보고서'를 만들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의원실은 보좌관, 비서관들이 직접 의정보고서를 디자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관리 등 돈이 들어갈 곳은 그대로여서 국회의원들의 푸념 아닌 푸념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 돈이 없단 소리는 국민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라 어디 가서 하소연할 구석도 없다.

특히 지역구 사무실 유지비가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지역 사무실 운용을 위해선 임대료 및 인건비, 각종 경비 등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없어 주로 후원금이 사용된다. 후원금이 모자라면 결국 의원이 사비를 털어야 한다.

◆후원금과 출판기념회에 목매는 이유=때문에 의원실에서는 연간 1억5000만원 한도(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의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린다.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후원금 소개란이 따로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예 개인 명함 뒷면에 후원 계좌를 명시해놓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출판기념회 역시 경조사로 분류돼 책값을 받는 것에 대한 규제가 딱히 없다. 출판기념회가 후원금에 버금가는 의원들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꼽히는 이유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나 국정감사 등 중요 이슈가 있을 때나, 정무위원회 등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들은 책을 구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의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출판기념회에 오는 만큼, 책 한 권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책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출판기념회에 대한 '자성(自省)' 차원의 규제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출판기념회 임기 중 2회 한정 △선거 기간 및 국정감사 시기 개최 불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관련 준칙'을 마련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정가에 판매하고, 수입·지출 내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 입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6명 전원은 앞으로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정가에 판매하고, 수입·지출 내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국회의원 윤리실천특별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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