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發 '핵폭풍'…긴박했던 '3·1절 협상'

(종합)양측 관계자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된 협상…6·4지방선거 앞둔 양측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의 '제3지대 신당 창당' 발표는 그야말로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2일 오전 10시에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날 오전 9시20분. 취재진은 물론 양측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두 사람이 '기초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를 발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 대표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에 이어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말하자 양측 관계자와 취재진 사이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상임고문단에겐 전날 저녁 논의 과정을 설명했지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최종 발표 5분 전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창당 선언' 이끈 3.1절 마라톤협상=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공개 오찬 회동을 갖고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구태정치에 반대하는 집권 세력에 대해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이날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초재선, 3선 의원들의 모임이 열렸고, 이 논의에서 기초 정당공천제 폐지와 함께 야권 대통합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어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공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한 시한인 28일이 지나자 민주당은 외부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기초공천 폐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 절대 다수가 기초공천 폐지를 주장, 민주당은 기초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안 위원장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민주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이후 양측의 연대나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이어 다음날인 1일 오전 만난 두 사람은 2시간 반 여 동안 협상을 했고, 저녁에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날을 넘겨 2일 새벽 0시40분쯤 '제 3지대 신당 창당'에 전격 합의했다.

◆"야권연대 고려 안한다"던 金·"야권연대 없다"던 安, 그들은 왜?=김 대표와 안 위원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은 6.4 지방선거를 앞둔 양측의 절박한 처지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계파별로 분열돼 있는 현 야권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25일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는 62.5%로 취임 초 50%대 중반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도 새누리당 45%, 안철수 의원 측 신당 17.3%, 민주당 12.3%, 통합진보당 2.2%, 정의당 0.5% 순이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을 합쳐도 새누리당에 15.4%포인트 뒤지는 셈이다.

아울러 2017년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좀처럼 1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당내 각 계파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지도부 리더십 흔들기'에 나선 상황에서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새정치연합과 제1야당이 동등한 수준에서 창당을 논의하는 제3지대 창당을 받아들인 데는 이 같은 민주당의 절박함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새정치연합 역시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현실 정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창당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방선거도 준비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후보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호남지역에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방선거가 임박할수록 야권 후보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것도 뻔했다.

결국 김 대표와 안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고리로 한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실제 안 위원장이 이날 김 대표와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합의 명분은 '정권교체'였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이 쇄신하지 않는 상태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민주당이 변한다면 그 자체가 새정치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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