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법안 무덤'엔 아직도 1800건 남았다

[the300][런치리포트-20대 국회, 못다한 이야기] ①법사위 계류 법안 1847건…어떤 것 남았나

지난 9일 본회의 개의를 앞둔 국회 본회의장이 비어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20대 국회의 입법 기능이 ‘다음’을 기약하느라 잠시 멈췄다.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선거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2월 국회나 임기 종료전 5월 국회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마냥 장담하긴 어렵다. 사장(死藏)될 운명에 빠진 법안이 산더미다. 현재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채 법제사법위원회에 대기중인 법안만도 240여건에 달한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이 1847건이다. 법사위 소관 법안이 1603건으로 대부분인데 다른 상임위 문턱을 넘은 법안도 244건이다. 
자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대부분 민생과 밀접한 법안이다. 이 타위법(다른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들은 모두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마친 안건들이다.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만 받고 의결되면 본회의에 바로 오를 수 있는 요건이 된다.

하지만 국회가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법사위 심사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요원해졌다. 계류 법안 중에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한 번 상정됐다가 법사위원 반대에 부딪혀 발이 묶인 법안이 상당수다.

다음 전체회의에서 우선적으로 재심사하자며 전체회의에 계류된 법안들이 39건 있다. 주로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통과가 시급하거나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거나 피해자 구제를 지연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난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목잡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금소법) 제정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법 모두에 대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이다. 그러나 일부 법사위원이 문제를 제기하며 본회의행이 좌절됐다.그나마 이들 법안은 총선 후에라도 법사위가 열리면 ‘막차’를 탈 가능성이 있다. 

법안심사 2소위원회로 보내진 법안 51건은 통과 가능성이 훨씬 낮다. ‘무덤 중의 무덤’에 빠진 셈이다.

2소위 계류 법안들은 다른 상임위 법과 체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거나 다른 부처 의견을 더 들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발이 묶였다. 그만큼 쟁점이나 법안에 따른 이해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20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반 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 법안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아청법) 개정안과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이다.

아청법 개정안은 DNA 등 과학적 증거가 명백히 존재할 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이다. 

법 체계에 어긋나지 않게 법을 개정하기 위해 법사위 고유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 개정안과 동시에 논의해야다는 의견이 제기돼 2016년 11월 2소위로 보내졌다. 이후 3년 넘게 법안 심사가 멈췄다. 성폭력특례법 개정안도 1400건이 넘는 1소위 법안 사이에 묻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도 쟁점 해결이 만만찮다. 이 법안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공개와 색출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서 말하는 ‘공익신고자 공개·색출 금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2소위로 보내졌다.

그나마 타위법들은 상임위 심사라도 거쳤지만 법사위원 간 토의조차 거치지 못한 고유법 1603건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조차 어려워 보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징벌적 손해배상법 등 서민 경제 관련 법안들의 발이 묶여 있다.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 처벌법이나 성범죄 피해자 구제를 위한 형법·성폭력특례법 개정안도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 구제를 위한 비동의 간음죄 도입·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폐지·모욕죄 삭제·위력에 의한 추행 인정 등의 개정 방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쟁점이었지만 법사위에서 논의가 흐지부지된지 오래다.

20대 후반기 국회의 주된 갈등 요소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모두 법사위 고유법이었던 만큼 다른 민생 법안들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정 입법 논의도 21대 국회로 미뤄지게 됐다. 대표적인 게 낙태법이다. 지난 4월 헌재는 낙태를 금지한 현행 형법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국회에는 임신 초기 낙태를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이들 법안의 희망은 5월 임시국회다. 4·15 총선 이후 여야가 마지막 한 달 정도 남은 임기 동안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선 직전 2월 임시국회 가능성도 있다. 쟁점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사회적으로 시급성이 요구되는 법안들이 막차를 탈 수 있는 기회다.

19대 국회에서도 20대 총선 후 한 차례 5월 본회의를 연 바 있다. 2016년 5월19일 열린 본회의에서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 등 129건이 처리됐다.

5월 임시국회도 놓친 법안들은 21대 국회의 숙제로 미뤄진다. 19대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이었던 서비스산업발전법, 세월호특별법 등은 임기 만료 자동 폐기된 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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