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활용 가능" 정부, 호르무즈 파병 결단하나

[the300]고위당국자 첫 언급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안전 보호 있어"

[부산=뉴시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DDH-Ⅱ·4400t급)이 27일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7번째 청해부대 파병길에 오르는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됐으며, 내년 1월 중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 교대를 한 이후 내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진=해군작전사 제공). 2019.12.27. photo@newsis.com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 고조로 인해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안전 보호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청해부대 활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파병을 최종 결정할 경우 미국의 요청에 따른 파병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며 한국 정부의 자체적인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국민 안전과 보호를 명분으로 청해부대가 이동할 경우 미국이 싫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꼭 싫어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다. 국내 수입 원유의 70%도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미국에 대한 단골 위협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 영국·호주·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파병을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란의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 정도다. 사흘이면 닿는 거리다.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지만, 대(對) 이란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선제적으로 파병을 결정할 경우 국내 산업과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병 거부 가능성도 열어둔 정부 “美 입장과 반드시 같을 순 없어”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1.09. kmx1105@newsis.com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들과 양자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의 자위대 파병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미일동맹도 있지만 이란-일본의 위치도 다른 것 같다”며 “미국은 당연히 우리에게 요청하겠지만 정부 결정에 있어서 국민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미국의 파병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를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직접 언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상황 평가와 향후 대응방안, 한미관계의 포괄적·호혜적 발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중동지역 정세를 포함한 지역·국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