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나비효과…북핵 협상, 꼬일까 풀릴까

[the300]사태 장기화시 북핵 고도화, 美 '도발자제' 우회메시지 관측도...김정은 시간표대로 '행동' 감행할수도

[바그다드=AP/뉴시스]이라크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에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차량이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일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쿠드스군'은 시리아와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혁명수비대의 지원과 지휘를 담당하는 정예 부대다. 2020.01.03.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 사망으로 양국 갈등이 확산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의 '참수 작전'을 위협으로 느껴 대미 공세에 신중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이와 무관하게 계획한 시간표 대로 '새 전략무기' 공개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라크戰 데자뷔…美 중동 집중, 北 핵고도화 가능성

6일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 정책이 중동에 집중될 경우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이 핵능력을 급격히 키웠던 전례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을 일으킨 후 그해 5월 종전을 선언했으나 실제로 전쟁을 끝낸 건 2010년이었다. 당시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진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마저 악화시킬 수 없어 2003년 6자회담을 마지못해 수락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전 수행 기간을 핵능력 고도화의 계기로 활용했다. 결국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단행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절실히 원했던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지렛대를 확보했다. 

이번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라크전의 북핵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화가 중단된 북미 관계는 당분간 교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연말 북한이 사실상 경제와 함께 핵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략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북핵 문제 관리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5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의원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미군의 공습 사망에 항의하며 “미국에 죽음을”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北 수위조절 고민…솔레이마니 사망 보도에 '톤다운' 흔적

북한이 대미 메시지의 공세적 수위를 조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예민해 하는 '참수 작전'이 발생한 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작전이 북한을 향한 우회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내놓은 '반응'에서도 수위조절의 흔적이 읽힌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중국과 러시아 유엔헌장을 위반한 미국의 미사일공격 규탄'이란 제목의 기사로 솔레이마니 장군 사망에 대한 입장을 냈다.  

주목되는 건 북한이 직접적인 규탄 대신 중국·러시아의 입을 빌렸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등 우방국이 미국과 마찰을 빚을 때 강하게 대미 규탄을 하던 전례와 비교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하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강력한 비난 메시지를 냈다. 기사를 낸 시점 역시 사망(현지시간 3일) 후 사흘이 더 지나서다. 

(서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12월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 7기 제5차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손을 높이 들자 전원회의 참가자들이 손을 따라 들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2020.01.01./뉴스1

◇北 '새 전략무기' 공개, 이란사태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도 

반대로 북한이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무력시위를 북한 시간표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새 전략무기 공개'를 경고한만큼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성도 커 보인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아마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수 있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이 전에 없던 일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무력도발을 해도 '레드라인'(금지선)은 넘지 않으면서 경계선에 있는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ICBM 발사 등 대화 판을 완전히 깰 명분을 주는 도발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며 미국을 자극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란과 북한을 단순비교하기엔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란과 달리 미국을 직접 공격한 적이 없어 북한과 이란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며 "참수의 경우도 가용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과 이란을 바로 연결해 비교하는 건 무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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