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2.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행사장에서 만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평이다. 양 원장은 카메라 시야밖 먼발치에 서서 20여분간 진행된 행사를 지켜봤다. 행사장 곳곳엔 ‘좋은 사람, 좋은 정치’란 슬로건이 붙어 있었다.
양 원장은 인재 영입 테마를 묻자 “말그대로 '좋은 사람, 좋은 정치'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마음 속 정치 혐오와 피로감을 없애줄 수 있는 인재를 계속 모실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해 줄…"이라고 덧붙였다.
◇양정철의 스토브리그
여당은 정기국회 종료를 총선 체제 시작점으로 생각하고 내부 준비를 해왔다. 여권 내부에선 일정 공감대도 이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일정 등이 다소 늦어졌지만 정세균 총리 후보자 지명, 인재 영입 발표 등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사전 준비가 잘 된 덕이다. 그 한 축을 '정치 디자이너' 양정철이 맡았다. 지난해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당에 헌신하러 왔다”는 말로 취임사를 갈음했던 그가 구체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미 양정철의 스토브리그는 조용히 진행돼왔다. 지난해 가을 이재명 경기지사외 회동을 공개하며 당 지지층 결집을 유도한 게 좋은 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경기지역 의원들과 회동으로 ‘단합’ ‘결집’ 키워드를 던졌다. 또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시장 등과 만나 ‘민주당 원팀’을 부각시켰다.
특히 인재영입 발표가 시작되기 한 달쯤 전부터 ‘모병제’ 등 뜨거운 이슈를 던져 사회적 논란을 만들었다. 당장 총선 공약이 될 수 없더라도 2022년 대선 때면 모든 후보들이 답해야할 ‘질문’을 선점한 것은 득점 포인트다.
 |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14. kkssmm99@newsis.com |
◇"파벌싸움 하세요. 그런데 성적으로 하세요"
최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 백승수(남궁민 역) 드림즈 단장의 어록 중 하나다. 야구팀 내 코치들끼리 계파를 만들고 주도권 싸움을 시작하는 걸 목격한 백 단장은 "싸우세요. 그런데 성적으로 하세요"라고 지적한다. 그저 덮고 가는 ‘봉합’보다 건강한 견제를 통한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계파, 파벌하면 정치권이 더하다. 인재 영입 과정만 봐도 그렇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물론 전직 의원 등의 다양한 추천을 바탕으로 한다. ‘여권 고위 인사’로 불리는 이들이다. 여기에 ‘여권 핵심 인사’들까지 합치면 인재 추천자만 수백명에 달한다. 나름 당을 위한 ‘추천’인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인재 영입이 ‘계파 만들기’ ‘자기 사람 심기’로 해석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다시 '계파'나 '라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끔찍히 싫어했다고 양 원장 측근들은 전한다. 양 원장은 '누구 추천, 누구 지인' 이런 말보다 실력과 메시지. 그리고 검증에만 집중하자고 총선기획단과 당직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1호 인재영입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40). 뒤를 이은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서 소셜임팩트 업무를 담당하는 청년 원종건(27), 그리고 '한미동맹'의 상징 김병주 예비역 육군대장(58), 30여년간의 검사생활을 끝낸 뒤 '전관예우'가 보장된 대형 로펌 '러브콜'을 거부하고 교수가 된 소병철 전 고검장(62) 은 그간 민주당이 포용하지 못했던 정치적 '결핍의 지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이들의 스토리 못지않게 '전문성'을 강조했다. 4년전과 비교해 업그레이드된 지점이다. 민주당 내 빈공간을 채우는 조각 퍼즐 맞추기다.
앞으로 이어질 인재영입도 철저히 실력과 콘텐츠에 중점을 두겠다는 게 양 원장 등 여당 내 시각이다. 그래야 ‘정치 싸움 프레임 ’을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등에 따르면 추가 영입 인재들은 2030 스타트업 창업가, 여성 이공계 과학자, 바이오전공자, 여성학 및 노동학자 등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소개할 계획이다.
 |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28일 저녁 경기 수원시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정부 국정과 경기-경남 도정 성공 및 민주당 총선 승리를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친문과 비문인 이들이 모인 것이 총선을 앞두고 '한팀'을 강조하면서 당내 갈등 지점을 해소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2019.10.29. (사진=민주연구원 제공) photo@newsis.com |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잘라 내겠습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신임단장 환영 회식 때 백승수 단장이 건배 제의를 하며 밝힌 포부다. 그는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저는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된다면 잘라 내겠습니다. 해오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라고 외친다.
양 원장이 지난해 11월부터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 보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메시지와 맞닿아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에서 나온 인사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누구에겐 청와대가 비단길이었겠지만 누구에겐 고생길이었던 것” “실력과 경쟁력을 봐야하는 것 아니냐” 등의 볼멘 소리도 나온다.
양 원장이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가 걱정하는 지점은 ‘갈등’ 가능성이다.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선이 과열되고 청와대와 여당 대결장으로 흐르면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경선에서 대거 승리해도 부담, 패배해도 부담이란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 또다른 잡음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편에선 화끈하면서도, 한편에선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연금개혁 두고 격론..."기금 고갈 안돼" vs "미래세대 부담 줄여야"
- 2낙선 후유증 앓는 21대 국회…마지막 과제 '연금개혁' 매듭지을까
- 3'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4[기자수첩]"정치학 전공인데 투표 안 했다"는 30대, 왜?
- 5[속보] '이란-이스라엘' 확전 위기…외교부 "우리 국민 피해 없어"
- 6외교부, 이란-이스라엘 사태 대책반 가동…"국민 500여명 피해 無"
- 7"제1 적대국" "주적" 북한 말폭탄…'중동 위기' 남의 일 아닌 이유
- 8'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9"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10'대북 강경파' 美 유엔대사 방한...외교·국방장관 만나 대북제재 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