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한국당을 향하는 '무능' 프레임

[the300]진보진영 괴롭혔던 '무능' 프레임의 방향 전환…'강한 야당' 부재, 견제·경쟁 동력 '실종' 우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선거법 및 공수처법 통과를 반대하며 황교안 대표 등이 벌여온 농성을 철회하며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에 ‘무능’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과거 진보진영을 괴롭혔던 ‘무능’ 프레임이 자유한국당을 향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표결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다. 당 내부에서도 “역대 최약체 야당”이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정당 간 견제와 경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는 30일 저녁 7시3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에 찬성 160명으로 공수처 설치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본회의가 개의된 지 약 1시간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이달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 국면에서 ‘육탄 저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했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되고 경위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이동로를 확보하면서 회의 진행을 막지 못했다.

‘동물국회’에 대한 국민 피로도도 고려됐다. 국회 사무처 의회경호 담당관실 소속 모 경위가 27일 몸싸움 과정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선거제 개편안 등에 대해 장기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한국당의 전략이 독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과반 이상의 의결정족수를 앞세워 의사일정을 강행하는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자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합의 정신이 실종됐음에도, 양 진영의 격렬한 지지자를 제외한 여론이 동요하지 않는 점도 이같은 목소리를 뒷받침한다. 표결 국면에 접어든 23~27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중도층 지지도는 전주 대비 3%포인트(P) 상승한 39%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도는 1.4%p 하락한 29%를 보였다.

앞으로도 문제다. ‘의원직 총사퇴’ 카드가 대표적이다. 한국당은 전날 공수처 설치법안 통과 직후 이같이 밝혔으나,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진정성 있는 ‘결의’로 읽히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회기 중 본회의 표결을, 회기 중이 아닌 경우 국회의장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행 여부 역시 미지수다.

이같이 한국당을 둘러싼 ‘무능’ 프레임은 국내 정치 발전에도 이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강한 야당’이 부재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우려다. 여당 입장에선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미래 비전과 정책 역량을 끌어올릴 의지를 상실한다는 문제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YTN 의뢰로 이달 23~27일 진행됐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5978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2511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0%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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