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서를 내주시고 처리는 지도부에 맡겨 달라"

30일 밤 치열했던 자유한국당 의원 총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황교안 대표가 나서 이렇게 정리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 총회에서는 분노와 좌절감에 성토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평화당+대안신당)을 내세워 다수결로 밀어붙이자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 한국당이 총력저지를 선언했던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까지 강행처리되자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카드'인 의원직 총사퇴라도 결의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신중론을 역설했다. 진정성이 왜곡되거나 자칫 희화화될 경우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다.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황 대표가 총사퇴를 결의하되 국회에 제출 여부와 시기 등은 지도부에 일임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제20대 국회가 거의 끝난 마당에 의원직 총사퇴가 정치적 선언 이외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표결 등 절차를 거쳐야해서 실제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는 이 (총사퇴) 결의, 결기를 가지고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라며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저들의 만행을 막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선은 자연스레 황 대표의 선택으로 쏠린다. 황 대표가 총선에서 어떻게 나설 것인가는 올 초 한국당에 입당했을 때부터 관심사였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와 같은 상징적 장소에 출마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 여권의 대표주자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 또 하나는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하고 전국 선거를 지휘하는 것이다.

한국당 내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비례대표는 선택지에서 멀어졌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이 처리되면서 현재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자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몫을 차지할 '비례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자매정당이 들어서면 한국당에 비례대표는 없다. 그렇다고 황 대표가 자매정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서울 등 수도권 험지 출마로 승부수를 띄우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의원은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서울 종로구 출마와 같은 그런 방향으로 (의원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다면 같은 곳에 출마를 시사하고 있는 이낙연 총리와 '빅매치'가 성사될 전망이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총리는 29.4%를 얻어 1위, 황 대표는 20.1%로 2위였다.

하지만 제3의 선택지도 있다. 총선 불출마다.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보수진영 내에서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의종군'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식으로 희생하는 방안이다. 대권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총선 불출마도 쓸 수 있는 카드"라며 "황 대표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여전히 말을 아낀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이후 기자들이 총선 출마에 대해 묻자 "저는 우리 당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지 할 것"이라며 "어디에 출마 하겠다 이런 얘기는 당의 결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판단하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