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치가 국회정치의 반전을 이끈다

현장에서 지역으로 그리고 여의도(국회)를 거쳐 국가로.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탄생하는 순서이자 정책이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순서다.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정치 실험에 투신한 김영배(전 성북구청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우영(전 은평구청장,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전 광주 광산구청장,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복기왕(전 아산시장,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21대 총선 출사표도 그렇다. 이들은 자칭 청와대 'F4(Foolish 4)' 다.

이들은 2010년 각자 지역자치단체장을 역임하며 중앙당에서 논의됐던 각종 정책모델을 기초단체로 이식하는 실험을 해 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서자치분권의 '밑그림'을 그린 뒤 뜻을 모아 저서 '정치 반전을 꿈꾸다'를 내며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최근 각자의 출마 예정 지역구에서 릴레이 출판기념회를 공동으로 치렀다. 마지막 출마기념회 순서였던 은평구에서 'F4'를 만나 총선에 대한 포부를 들었다.

26일 민형배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직 비서관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전직 비서관인 조한기 1부속비서관, 김영배 민정비서관, 복기왕 정무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및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기념촬영한 모습.(민형배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페이스북) 2019.8.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별명 'F4'의 이유가 재미있다. 기존의 정치문법과 선거운동을 거부해 '바보같다(foolish)'는 칭찬(?)을 듣기 때문이란다. 전략공천이나 비례 대표같은 쉬운 길보다 같은 당 현역 의원과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패기'도 정치적 신념이지만 일각에선 '정치적 바보같음'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 현역의원(강병원)이 있는 서울 은평구을에 출사표를 낸 김우영, 성북구갑(유승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김영배 전 비서관은 '진검승부'를 준비 중이다.

나머지 두 명은 야당의 의석을 빼앗아 오겠다는 포부다. 복기왕 전 비서관이 출마하는 충남 아산시갑의 현역의원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민형배 전 비서관의 지역구 광주 광산을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있다.

김우영 전 비서관은 F4를 설명하며 "기초에서 다진 체질과 민생에 밝다는 장점을 내세워 여의도 정치를 바꾸겠다고 의기투합한 것"이라며 "유익한 바보같음 아니겠냐"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일컬어 부르는 말)' 출신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복기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들이다. 2009년 비보를 들은 뒤 사로잡은 단어는 '부끄러움' 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 대통령을 지지한 주권자들이 바란 세상. 그리고 완수하지 못한 임무들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먼저 지역정치에 투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직행한 다른 386들과는 달리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를 택했다. 스스로를 '일공 세대'라고 칭한다. 2010년 기초단체에서 '마을 정치'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전의 정치가 여의도 국회와 중앙당 중심이었고, 지방자치는 행정의 일부로만 여겨져 일종의 '관리' 개념으로만 여겨졌다면 2010년 이후부턴 '마을 정치'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한다.

예컨대 무상급식, 사회적 경제, 생활 임금, 마을기업, 협동조합, 직접민주주의, 주민참여예산제 등 지역정치 화두가 중앙정치와 직접 맞닿아 있다.

젊고 실력있는 기초단체장들의 등장으로 기존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간 역학관계에서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검증된 실적에 탄탄한 지역 기반까지 갖추면서 국회의원들조차 이들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영배 전 비서관은 "성북구청장 시절 시행한 생활임금과 창업지원 숙소가 좋은 예"라며 "2013년 생활임금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는데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서울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에서 운영한 '청년창업 도전숙(宿)'도 비슷한 사례다. 도전숙은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다. 창업공간 겸 거주공간을 제공해 주거부담을 덜고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을 지원하려는 지자체들에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잡았다.

[아산=뉴시스]이종익 기자 =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인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아산갑 지역위원장(가운데)이 9일 오전 아산시청 브리핑실에서 내년 4월 15일 열리는 21대 총선 '아산(갑)'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09. 007news@newsis.com

이들은 지방정부에서 행정 경험을 거친 뒤 문재인정부 '1기 참모진'을 거치며 이론과 실전 모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전의 기초단체장들과 달리 중앙당과 적극 교류하며 다양한 정책을 실험하고 확장했다. 지방과 중앙의 융합을 이룰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쉬움이 적잖고 한계도 체감했다. 김영배 전 비서관은 "구청장시절의 아이디어도, 청와대에서의 여러 정책 실험도 국회에서 막혔다. 결국 문제는 '다시' 국회였다"며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모두 촛불시민의 의지대로 재구성했으나 국회만 촛불 이전의 국회라서…"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정치 의제가 중앙 정치 진입에 인색한 구조를 타파하고 나랏일과 지역일이 따로 도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싶다"며 "특히 21대 국회의 핵심과제는 촛불민심을 반영한 국회, 지역정치와 여의도정치의 조화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전 비서관도 "집권여당으로서 혁신적 공천과 혁신적 시민참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열망이 여전히 높다"며 "예비후보 등록 후 시민들을 만나보면 촛불국회가 되도록 민주당이 앞장서라는 명령을 자주 듣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밥그릇. 미래 밥그릇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 모습에서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이유가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멀어진 지방분권 개헌의 경험은 이들의 총선 출마의 의지를 다지게 했다. 김우영 전 비서관은 "지방분권이 가져오는 정치의 변화는 입법과 행정 전 영역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수반된다"며 "중앙정부 중심으로 돼 있는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21대 국회는 이를 감안한 개헌을 다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형배 전 비서관도 "시민의 열망을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틀을 만들 자치분권개헌에 매진할 것"이라며 "민선 5, 6기의 작은 물방울을 모아 연방제수준의 자치분권 개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정치도 마을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골목까지 따뜻한 복지국가, 실패를 기다려주는 경제, 기댈 언덕이 되는 새로운 마을주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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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치가 국회정치의 반전을 이끈다

[the300]기초단체장 출신 청와대 F4 김영배·김우영·민형배·복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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