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일 갈등, 한중 관계 등 올 한 해 '외교 성적표'를 결산하는 '슈퍼위크'가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로 시작된다.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조만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전략 노선을 결정한다. 2년을 이어 온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고비다. 15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수교 이래 최악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북미 대화vs대결 분수령…北 '크리스마스 선물' 예고

2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 관계는 오는 25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북한은 '비핵화-상응조치'와 관련한 미국의 태도 변화 시한을 연말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 15~20일 한국과 일본, 중국을 연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대북정책특별대표)의 회동 제안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강대강 대응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고 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엔진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도 두 차례 진행했다. 미국이 '새 계산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로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겠다는 경고다.

중대 분수령은 조만간 개최되는 북한 노동당 5기 7차 전원회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네 차례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중대 전략 노선을 발표했다. 2013년 핵과 경제개발 병진 노선을 택했고, 북미 대화를 위해 지난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이번엔 북미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내년 신년사에서 자립경제와 군사적 자위권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길'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는 미국의 대북 강온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20일(현지시간) 방중 후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내가 한국에서 한 발언은 유효하다"고 했다. "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실현 가능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유연한 조치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유화 메시지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같은 날 북핵 문제의 외교적·정치적 해결을 바란다면서도 "미국은 싸워서 이길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북한이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놓든 상응하는 '군사적 옵션'이 준비돼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3~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에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한다.

◇24일 아베 만나는 文대통령…긍정신호 속 신중론도

1년 넘게 최악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일 관계도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개월 만의 양자 정상회담에 나선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3대 갈등 현안이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속한 수출규제 완전 철회를,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국제법 위반' 시정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정상끼리 만나면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개별허가 수출규제를 한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지난 20일 공시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완화 수준이 미미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의 전면 정상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한 것으로 일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금씩 진전은 있다"면서도 "(협상의) 커버리지(범위)가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 좀 더 속도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포함해 수출관리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제외까지 걸쳐 있는 만큼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달 한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발표하면서 밝힌 대로 수출규제 완전 철회가 없다면 최종적으론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규제 문제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계기에 한일 장관이 별도로 만나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