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北 제재완화" 편들고, 美비건은 '빈손 출국'(종합)

[the300]트럼프 “北, 예의주시”...통일부 "내년 군사적 긴장 높아질 것"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12.17 17:08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17. mangusta@newsis.com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협상 재개의 모멘텀(동력)을 찾지 못한 채 17일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떠났다. 북미 회동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한의 응답은 없었다. 결국 협상 중단 수순에 가까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도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며 북한을 지원사격했다. 그동안 안보리에서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만 해온 중러가 관련 결의안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협상의 ‘연내 시한’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중러가 북미협상의 결렬을 예상하고, 향후 대북 영향력 유지와 한반도 내 역할 공간 확대를 위해 미리 행동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결의안을 제출하는데 있어서 북중러간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까지 4차례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지난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등이 주요 계기로 꼽힌다.

중러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 조각상·해산물·의류 등에 대한 수출금지 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조치의 철회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의 유엔 제재 대상 제외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산물과 의류는 제재국면 이전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벌이 일꾼’이라 불리며 본국에 상당한 달러를 보내왔다. 하지만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결의 2397호에 따라 회원국은 북한 근로자들을 오는 22일까지 돌려보내야 한다.

중러의 결의안은 막혀있는 북한의 외화수입에 길을 열어주자는 뜻으로 읽힌다. 중러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서의 제재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국무부 “섣부른 제재완화 고려할 때 아냐”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캐비넷룸에서 정부 규제에 관한 회으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9.12.17
다만 결의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보리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중 최소 9표를 확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에서 한 표의 반대도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기 전에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제재도 해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중러의 결의안에 대해 "지금은 안보리가 섣부른 제재완화 제안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은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금지된 무기를 유지·향상시키면서 고조된 도발을 행하겠다고 위협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무언가 진행 중이라면 나는 실망할 것이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러는 북한의 ‘새로운 길’을 고려해 이번 결의안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의지가 강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에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중시한다. 셈법이 안 나오면 북한이 도발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도발을 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통일부는 북미협상이 교착상태로 해를 넘기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협상 중단을 선포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러와의 관계 강화 등을 통한 새로운 길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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