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北 편드는 중러, ‘새로운 길’ 사전 교감했나

[the300]안보리에 대북제재 ‘일부 완화’ 요구 결의안 첫 제출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12.17 16:29
【브라질리아=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결속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확인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에 들어거가기 전 취재진을 위해 악수를 나누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14
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동안 안보리에서 제재 완화 필요성을 말로만 언급해 온 중러가 실제 결의안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의안은 특히 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협상의 ‘연내 시한’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중러가 북미협상 결렬을 예상하고, 향후 대북 영향력 유지와 한반도 내 역할 공간 확대를 위해 미리 행동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과 중러간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북미협상 결렬 이후 예고한 ‘새로운 길’의 과정에 중러가 어떤 식으로든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는 북한의 조각상·해산물·의류 등에 대한 수출 금지를 해제하고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조치의 철회,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을 유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해산물과 의류는 제재국면 이전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었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벌이 일꾼’이라 불리며 본국에 상당한 달러를 보내왔다. 하지만 2017년 12월 채택된 대북결의 2397호에 따라 회원국은 북한 근로자들을 오는 22일까지 돌려보내야 한다.

중러의 결의안은 막혀있는 북한의 외화수입에 길을 열어주자는 뜻으로 읽힌다. 중러는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관련한 제재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이번 결의안의 표결을 언제 진행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9표가 확보돼야 한다. 상임이사국인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의 거부권(veto) 행사도 없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전에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결의안 채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한 관리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며 "선제적 대북제재 완화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러가 북한의 ‘새로운 길’을 고려해 이번 결의안을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의지가 강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중시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고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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