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포기해도 보상 'NO'"…'스쿨존' 안전기술 막는 경찰청 심의

[the300]"심의 받으면 특허 깨진다" 스타트업 한 목소리…과도한 심의, 기술개발 의지 '찬물'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을 위해 개발된 혁신 시스템에 대한 경찰청의 ‘탁상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년여간 일관성 없는 규제가 결과적으로 어린이 교통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목소리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혁신 기술 개발 의지에도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2014년 “규제 대상 아냐” VS 2017년 “심의 거쳐야”
‘횡단보도용 지능형 안전차단장치’를 막아선 경찰청의 판단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신호기와 연결 여부 및 신호등과 동일한 색상으로 신호를 지시하는지 여부다. 경찰청은 2013년 10월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시스템 중 ‘횡단보도 차단기’가 신호제어기를 통해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빛감지센서를 이용하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해당 시스템의 핵심 장치인 ‘LED 펜스’에 대해서도 “황색빛(또는 주황색) 점멸 형태로 표시하는 것이 가능한지 답변드리면, 귀사의 시선유도장치의 경우 녹색, 적색 등 신호등과 동일한 색상을 표출할 경우 경찰청의 심의를 받아야 하나 신호등의 색상과 무관한 색상을 운영하는 경우 경찰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시기 경찰청은 수원시에도 이같은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도로교통법상 교통안전시설로 보기 어려워 경찰청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원시는 경찰청의 판단을 근거로 ‘횡단보도 차단기’와 ‘LED 펜스’를 설치해 지금도 운영 중이다.

불과 1년 후인 2014년 10월 경찰청은 ‘횡단보도 차단기’에 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청은 광명시의 답변 요구에 “신호등과 연결되지 않고 자체 작동한다면 심의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와 결합한다면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음성안내 보조장치는 적녹색 상황별 안내를 제공한다.

2017년에는 4년전과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찰청은 2017년 고양시에 보낸 공문에서 ‘횡단보도 차단기’를 두고 “보행신호 음성안내 기능이 신호제어기와 물리적 연계는 없으나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상 심의 대상인 교통안전시설로 해석했다. ‘LED 펜스’에 대해서도 “보행신호 정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신호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라며 “심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쿨존’ 안전 기술업계 ‘찬물’..“‘보상 없는’ 심의, 누가 참여하나”
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대목이다. ‘스쿨존’ 안전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건 스타트업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자체 개발한 기술에 대해 경찰청 심의를 받으면 특허가 깨질 우려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심의를 통해 국가 표준이 정립되면 다수의 회사가 이를 기반으로 관련 사업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 등도 전무한 상황이다. 교통안전 분야 스타트업들이 수개월에 걸쳐 심의 대상을 분석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할애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어린이 교통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제도 개선은 물론 기술 개발 등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혁신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특히 ‘민식이법’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각종 민생 법안 처리가 국회 정쟁으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안전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경찰청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위탁 운영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12세 이하 어린이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427건, 2014년 523건, 2015년 541건, 2016년 480건, 2017년 479건, 2018년 435건 등으로 해마다 400~500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의를 받으면 특허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심의해서 (해당 기술이) 채택되면 국가 표준이 생긴다. 한 회사의 독점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 참여 기업에 대해선 “특별한 보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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