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6시간 앞두고 극적 봉합…美 '동시압박' 통했나

[the300]한일 '지소미아·수출규제' 스몰딜 합의...외교당국자 "美 역할 있었다"

(알링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취임 한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한일 양측에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과 일본이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두고 극적 모멘텀을 마련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 철회 등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후 약 5개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통보한 지 꼭 3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핵심 갈등 현안(수출규제·지소미아)에 대해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스몰딜'로 일단 봉합하고 '빅딜' 타결을 위한 해법찾기를 본격화하는 데 공감이 이뤄진 셈이다.

합의 과정에선 적극적인 '관여'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의 한일 동시 압박과 합의 종용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미국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 한일 양국에 각각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행과 경제보복 조치를 중단하는 '현상동결합의(스탠드스틸·standstill agreement)'를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의 거부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역할론'에 대해 "(미국은) 중재는 않지만 역할은 한다고 했다"며 "미국 스스로 얘기한 대로 그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를 총동원해 재고를 압박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균열이 생기면 북한과 중국 등에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동시 압박했다고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포함해 안보라인이 총출동해 연장을 종용했고, 미 의회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며 "미국의 압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한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도 방일 후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대신해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대표단의 역할에 대해 "(미국이) 그 이전에도 움직이고 있었다"며 "어느 정도 (역할이)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8~20일 방미했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한일 간 진행되는 논의 내용을 미 행정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김 차장의 방미와 관련해 "(이번 합의에) 꼭 기점이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일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이뤄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전화 통화에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이번 합의 내용이 공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