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라운드업]지소미아와 단식, 불출마로 뜨거웠던 여의도

[the300]김세연·임종석 불출마 '쇄신' 화두 부상…황교안, 지소미아 유지 '단식 투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이틀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파국을 6시간 앞두고 한일 갈등이 일단 극적으로 봉합됐다.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와 수출규제 협의 개시에 합의하면서다. 정치권의 현안도 지소미아가 잠식했다. 지난 1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던진 '쇄신'도 화두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소미아 종료 등에 반대하며 시작한 단식은 정국을 흔들었다.

◇11월17~19일 : 임종석·김세연 '불출마'…"좀비" 비판에 혼돈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여야 거물급 중진 의원이 같은 날 예고에 없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세연 의원. 상대적으로 젊은 중진의 깜짝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이 요동쳤다.

이들이 던진 '쇄신' 화두에 선배·동료 의원 사이에선 불편한 기류도 형성됐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잇달아 불출마를 고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김 의원은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서라며 이들을 필두로 한 현역 의원들의 전원 불출마를 촉구했다. 당을 향해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등의 표현을 쓰며 해체를 요구했다. 다음날 영남권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나라한 표현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일정과 주요진행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86 세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당에선 '86 세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욕감을 느낀다"는 등 불편함이 나왔다.

이들과 기류를 같이 하는 반응도 터졌다. 야권에선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9일 선거를 준비하던 대구 수성갑에 불출마하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초선이지만 이용득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중진들은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원혜영(5선)·백재현(3선) 의원 등의 불출마 고민이 알려졌다.

◇11월20일 : 황교안의 돌발 단식 개시…매일 농성장 찾은 강기정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도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내 '쇄신' 바람 속에 황 대표는 갑자기 청와대 앞 단식 투쟁에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 매트 하나만 깔고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거나 오후 10시 이후 농성을 할 수 없어 황 대표가 머무는 천막은 국회 본청 계단 앞에 쳤다. 황 대표는 청와대로 '출퇴근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21일에는 최고위원회의를 농성장 바닥에서 주재하기도 했다.

단식의 명분은 지소미아 종료 철회 촉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저지였다. 

지난 9월 삭발에 이어 단식 투쟁을 결정하자 정치권에서는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일"(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보기 역겨운 구태"(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직자들을 4명씩 교대로 농성장 인근에 대기시켜 '황제 단식'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황 대표의 단식 첫날부터 매일 농성장을 찾아 단식 만류를 설득했다. 특히 강 수석은 지난 21일에는 문 대통령이 오는 25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에 황 대표를 비롯한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를 초대했다며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11월22일 : 정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黃 단식은 계속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강 수석은 22일에도 황 대표를 찾았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소식을 강 수석이 황 대표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강 수석은 청와대에서의 공식 발표가 예정된 오후 6시 황 대표를 찾아와 매트 위에 함께 앉아 한일 정부의 협상 내용을 설명했다.

강 수석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날 자정을 기해 종료가 예정됐던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하기로 하고 일본 정부와 동시에 이를 양국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철회, 소재·부품·장비 수출 재개 등을 위한 수출관리정책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일시 정지하는 조건도 달았다. 일본이 완전히 수출규제를 '철회' 해야 한국도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최종 중단'하는 봉합책이다. 

야권에서는 이날 정부 발표에 앞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의원들이 지소미아 종료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공조체제를 비롯한 동맹 관계와 한반도 안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같은 동맹 붕괴가 경제·무역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정부 발표에는 여야 모두 환영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원칙 있는 외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른미래당도 오신환 원내대표 등이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경제·안보만큼은 日과 협력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단식 중인 황 대표도 "다시는 지소미아 폐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 수석에게 말했다. 다만 황 대표는 단식 농성은 당분간 더 이어가기로 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강 수석과 황 대표의 면담 직후 이어진 소속 의원 긴급 간담회 후 농성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에 대한 여러 요구 사항 중 산 하나 넘었을 뿐"이라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레대표제로의 선거제 개정 저지 등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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