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 이후 13개월…한일 '전면전'서 '휴전'까지

[the300]작년10월 징용배상 판결 이후 日수출규제 보복...맞대응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조건부 종료 유예'로 결론나면서 1년 넘게 최악의 갈등 국면을 이어온 한일 양국은 본격적인 '출구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양국은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수출당국간 협의에 나서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일시 정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출규제 즉각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 등 '빅딜'은 아니지만 '스몰딜' 선에서 양국이 일단 휴전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본격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한 셈이다. 한일 갈등의 뿌리에 일제 강제징용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징용 배상 해법찾기가 한일 관계를 가를 핵심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들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내린 지난해 10월부터다. 대법원은 당시 일본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명령을 내렸고, 지난해 11월 29일 또 다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명령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극렬히 반발하자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 이행을 위해 지난 6월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이 배상(위자료 지급) 주체가 되는 '1+1안'을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사법부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기업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일본 측이 배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을 이어 왔다.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로 무역 분쟁으로 확전했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반도체 부품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8월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의결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는 걸 부정하면서 '안보상' 이유를 댔다.  

정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의 명분으로 '안보상 이유'를 내세우자 8월22일 한일 군사협정인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 6월까지 지소미아 유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감행하고 고위급 특사 파견에도 철회를 거부하자 고심 끝에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와 안보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정부의 논리였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적극적인 일본 설득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후 한일 양국은 3개월간 외교당국간 국장급 채널을 중심으로 대화를 계속했지만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지소미아 등 3대 현안에서 접점을 찾지 못 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인 이날에도 한일간 이견 탓에 예정대로 지소미아가 3년 만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일 양국은 그러나 한미일 안보협력 와해를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합의 종용과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일종이 '스몰딜'에 합의하고 '빅딜'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일본은 수출규제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없이는 안된다고 해 왔으나 오늘 합의 내용에 강제징용 얘기는 없다"며 "우리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를 연계해 그 고리를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일 양국이 두 문제에 대해 한 발씩 양보하는 방향으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한 만큼 결과적으로 우리 입장이 반영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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