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셈법에 삐걱댄 '동맹'…한미 방위비협상 왜 중단됐나

[the300]방위비 분담금 3차 서울 회의 결렬..."새 항목 신설 50억 달러 내야"vs"기존 SMA 틀로 결정" 충돌

[서울=뉴시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1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제3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19.11.18. photo@newsis.com
내년 이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협상이 3차 회의 만에 잠정 중단되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증액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22일 자정이 종료 시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연계해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거나,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를 공론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2차 '탐색전' 후 '본게임' 3차회의서 스톱

지난 18~19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협상은 탐색전 성격의 1·2차 회의와 달리 '본게임' 성격이 강했다. 외교부는 전날 4시간 동안 진행된 협상 직후 "한미 양측이 1·2차 회의에서 확인한 각자 입장을 토대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했다"고 했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국방연구원에 다시 마주 앉은 한미 협상팀은 한 시간 반만인 11시30분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새 항목을 만들어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을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로 5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과 난색을 표한 우리 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다. 1991년 1차부터 이번 11차까지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논의를 중단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협상을 중단하자는 요구는 미 협상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협상 대표가 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5시까지 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드하트 대표 등 미국 협상팀은 먼저 자리를 떴다. 한미 사이의 간극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얘기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내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는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2019.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0억 달러"vs"과도하다", 총액·항목 모두 이견

올해 한국이 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한국 군무원 인건비와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의 현금·현물 분담액이다. SMA에 이들 3개 항목이 명시돼 있다. 미국은 여기에 주한미군 주둔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투입을 위한 비용과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역외 비용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방위비 협상대표는 전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분담금) 총액과 (신설) 항목은 서로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두 가지 모두 (이견에) 포함된다"고 했다. 정부는 3가지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SMA 취지에 맞는 기존 틀내 분담금 결정(신설 항목 반대)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과도한 총액 인상 반대) △납세자인 국민이 수용가능한 분담(비준동의 가능성 고려) 등이다.

드하트 미 협상대표는 협상 중단 한 시간 만에 회견을 자청해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한국 협상팀의 제안은 우리의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 분담(burden sharing)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양측이 다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한국 팀이) 가져오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우리 입장을 조정할 준비도 돼 있었다"고도 했다. 50억 달러에서 소폭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뒀으나 대폭 증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고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준비해 온 간략한 입장문을 읽은 드하트 대표는 질문도 받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트럼프식 '판흔들기' 협상전략?…'연내 타결' 불투명

미측의 이례적인 협상 중단 선언이 '판 흔들기'로 목표를 달성하는 트럼프식 전략적 강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측은 '연내 증액 타결'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를 최대한 압박해 조기에 협상을 재개하고 '새 제안'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드하트 미 대표는 "한국 측이 임할 준비가 됐을 때 협상이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미측 요구에 부합하는 새 제안을 준비하고 만나자는 압박이다.

정 대표도 일단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연내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는 다음 협상 일정도 사실상 못 정한 채 헤어졌다. 정 대표는 "실무적으로 다음 일정을 잡아 놓고 있었다"면서도 "오늘 사안(협상 중단)이 발생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4차 회의가 열리기까지 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협상 과정에선 방위비 증액을 위한 미국의 카드로 거론돼 온 주한미군 감축·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간 접점찾기가 요원해질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사이의 또 다른 뇌관인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명분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약화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방위비 증액을 거듭 요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현재의 협상 틀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톱다운' 방식의 담판에 나설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제임스 드하트 미국측 방위비 협상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2019.11.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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