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김세연까지…'일해야 할' 사람들이 떠난다

[the300]이철희·표창원 이어 '잠룡' 임종석·'보수 혁신' 김세연까지…"쇄신 대상만 남는다" 목소리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일해야 할’ 사람들이 떠난다. 초선으로 당내 변화를 이끌었던 이철희·표창원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여권의 유력 잠룡(차기 대선주자)으로 꼽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총선 불출마’ 선언했다. 보수 혁신을 주도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불출마 행렬에 합류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들의 역할을 기대했던 각 진영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혐오를 부르는 극단적 대립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학생운동 때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임 전 실장의 결단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취임 6개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임 전 실장이) 학생운동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 (불출마 소식을) 저도 여기 들어와서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투신했던 정치적 동지조차 임 전 실장의 결단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인 이 원내대표는 임 전 실장(3기 의장)과 함께 여권을 대표하는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당 원내 지도부와 교감을 통한 ‘짜여진 각본’이 아닌 만큼 왜곡되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여러가지 복잡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순수함이 폄훼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선' 김세연 "한국당 구성원들 할 일,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야권에선 ‘3선’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고에 없던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국당 구성원들이 할 일은 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해체와 지도부를 포함한 당내 현역 의원의 동반 퇴장 등을 주장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대로 계속 통합도 지지부진하고 쇄신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총선을 맞이하게 되면 나라가 훨씬 더 위험한 상황으로 빠질 것 같아 충정 어린 고언을 드렸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당내에 비슷한 생각을 나누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불출마와 당 해체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이 더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확실하게 말씀은 못 드려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비슷한 정도의 우려를 평소 나눠온 의원들은 계신다"고 밝혔다.

◇"일해야 할 사람은 일해야"=각 진영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에 당혹감도 나타난다. 총선에서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인사들이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다. 여권에선 임 전 실장에 앞서 이철희·표창원 민주당 의원들도 이달 들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이 ‘구태’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내 혁신을 주도할 인물이 이탈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는 인물은 남고, 역량이 있는 인물들이 정치권을 떠나는 데 대한 국민적 불안감도 크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정제되지 않는 증오를 표출하는 정치 행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은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이야기할 때부터 제 일관적인 입장은 개인의 판단도 존중해야 하나 일해야 할 사람은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전체 모습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고 아름답고 멋지고 희망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할 것인가, 이와 관련 지혜를 만드는 방향으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3선이다, 중진이다, 이런 문제로만 정치 변화와 혁신의 모습이 나타나야 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더 큰 가치나 새로운 정치 문화, 질서로 확장되는데 여기에 걸맞는 사람들의 지혜가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