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꼭]내년 '양심적 병역거부' 쏟아지나…뒤늦은 대체복무 입법

[the300]두 달도 안남은 병역법 개정시한…국회, 이제야 법안 논의 시작

해당 기사는 2019-11-1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  30%를 밑도는 역대 최저 수준의 법안처리율, 정당도 조장하는 보여주기식 법안 건수 경쟁. 내년 총선까지 약 5개월 임기를 남긴 20대 국회가 법안을 대하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수없이 호소하고, 기업인들이 사정을 해도 중요 경제·산업·민생·혁신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20대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만은 꼭 처리하길 바라며 우리 국민들 삶에 당장 필요한 법안들을 머니투데이 더300(the)이 다시 소환했다. 이 법안만은 꼭!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방안을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과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 시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국회의 입법은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다 이제서야 논의가 시작된다. 병역법 개정 후 시행령 마련과 대체복무 시설 정비 등 정부의 후속조치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법안 통과는 이미 완료됐어야 한다.

국회에서 실종된 대체복무제 논의가 병무 행정 마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해당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 법적 공백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도, 대체복무를 시킬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얘기다.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면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병역 거부자가 대체복무 없이 면제를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징벌적’ 정부안…인권위 “대체복무, 벌주기 위한 것 아냐”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대체복무제 도입 관련 병역법 개정안은 국방부가 마련한 정부안을 비롯해 12건이 발의돼 있다.

2016년 11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이철희·박주민·김중로·이종명·이용주·김학용·김종대·김진태·이언주·장제원 의원 등이 병역법 개정안을 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교정시설(교도소) 근무 36개월’을 골자로 한다.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대신 교도소에 합숙하며 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는다. 복무기간을 짧게 설정할 경우 병역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하지만 복무기간이 현역병(18개월)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은 지나치며 ‘징벌적 조치’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교정시설 근무로 제한하는 것도 대체복무 취지를 왜곡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지 인권을 침해하고 벌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는 국제사회·인권위·시민사회 등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의견을 반영해 대체로 27개월 복무, 중증장애인·치매노인 등 돌봄 업무를 중심으로 한 대체복무안을 제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안은 복무기간이 '36개월 이상'으로 길다. 복무내용도 지뢰제거 등 위험한 업무에 투입하는 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졸속입법 우려…정부안 통과 전제로 편성된 대체복무 예산

정부와 여야의 입장차는 제법 크다. 연내 접점을 찾고 시한 내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대체복무 기간, 근무범위 등 다수의 쟁점에 대한 논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졸속입법’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이 통과돼야 시행령을 만들고 본격적인 도입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쟁점들에 대해 지금처럼 진전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졸속으로 시간에 쫓겨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정부안 통과를 전제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연간 약 540명이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건설비, 피복비, 급식비, 공공요금 등을 포함한 사업비로 259억원을 책정했다.

대체 복무자를 교도소 등에서 36개월 합숙근무 시키기 위해 각 교정시설을 신축·증축·리모델링하는 건설비가 241억원(93.1%)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안이 일부 수정돼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 후에도 대체복무 희망자 심사에서 ‘혼란’ 가능성

대체복무제 입법이 마무리되더라도 병역 거부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윤리·도덕·철학적 이유를 들어 병역을 거부한 이들에 대해 정부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증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인지, 단순히 병역 회피를 위해 꾸민 것인지 심사하는 절차에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의 논의는 대체복무 기간, 근무내용에 집중돼 있어 향후 병역 거부의 ‘판단’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폭력성 입증을 위해 1인칭 총격게임(FPS)에 접속한 이력을 찾아본다거나, 강도가 들어와 나를 위협하는데 총이 있다면 쏠 것인지 여부를 물어본다고 하는 등 창의적이면서도 다소 농담 같은 방안이 제시되는 것을 국회가 흘려 넘겨선 안 될 일이다.

병역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2만여명에 달한다. 지금도 약 900여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사례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국회의 뒤늦은 병역법 개정 논의는 이제서야 시작됐다.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연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간사인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절충할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 도입, 6년간 1241억 비용 발생

정부가 마련한 ‘36개월 교정시설 근무’ 방안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6년간 1240억9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국방부는 추산했다.

이는 병역 거부자가 현재 추세대로 매년 500~600명 발생하고 이들이 36개월간 복무하는 것을 고려, 2022년부터는 1620명의 대체복무 요원이 근무한다고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국방부는 6년간 △대체복무자 보수 지급 총 402억원 △합숙복무에 따른 여비·급식비 지급 등 생활 비용 218억7000만원 △건강보험료 부담금 지급 11억5000만원 △증축·개보수 등 시설개선비(자산취득비 포함) 608억7000만원 등이 소요된다고 봤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74억원 △2021년 253억4000만원 △2022년 232억7000만원 △2023년 188억1000만원 △2024년 192억9000만원 등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준비 기간에 해당하는 올해의 경우 별다른 지출 없이 시설개선비에만 99억8000만원이 사용된다. 대체복무제를 본격 시행하는 내년에는 시설개선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보수·생활비용 항목의 지출이 점점 늘어난다.

국방부는 보수 지급과 관련해 대체복무 1년차는 이병·일병, 2년차는 일병·상병, 3년차는 상병·병장, 4년차는 병장의 보수를 적용했다. 2022년까지는 현역병 봉급 인상계획을, 다음해부터는 공무원 보수 평균 상승률인 3.03%를 반영했다.

시설개선 비용은 합숙시설 34곳(증축 10개, 개보수 24개)과 교육시설 1곳에 대한 신·증축·리모델링 비용이 적용됐다. 생활시설에 필요한 침대·관물대를 비롯해 행정실·휴게실 비품 등 자산취득비는 총 18억9840만원으로 현행 병영생활관 시설기준을 준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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