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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이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맞붙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에서다. 두 대표의 ‘선거제 논쟁’ 이면엔 보수 통합 등 야권 정계 개편을 둔 ‘득실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대표의 설전은 연말 처리를 앞둔 선거법 개편안을 주제로 촉발됐다. 선거제 개편에 정반대 입장을 보여온 양측이 언쟁 도중 감정까지 건드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은 그동안 비례대표제 확대안 등을 논의해왔다. 반면 한국당은 다당제를 불러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 중심제인 현재 한국 정치환경에 맞지 않다고 반대해왔다.
전날 만찬에서 황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고 4당 대표들은 “실제 한국당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황 대표가 주장을 되풀이하자 손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황 대표도 감정이 격해진 듯 큰 목소리로 되받았다.
황 대표를 화나게 만든 결정적 한 마디는 황 대표가 한국당도 선거제 안을 내놨다고 설명하자 “그것도 법이냐”고 되받은 손 대표의 말이었다. 한국당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270명 정원) 등이 골자다.
김도읍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를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제출한 법에 대해 ‘그것도 법이냐’고 하니까 황 대표가 손 대표에게 항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한테 ‘내가 정치선배고 인생 선배고, 한마디 하겠다’며 한마디로 꾸짖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를 두고 두 사람이 발끈한 데는 선거제와 야권 정계개편이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전제로 하기에 보수 통합을 추진하려는 한국당 계산과 맞지 않다.
한국당 관계자는“선거제 개편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바뀐 선거판의 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바른미래당 퇴진파도 한국당과 통합보다 제3의 길에서 표를 얻어야 할지 그 득실을 따지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3지대 등에서 공간을 만들어야하는 군소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특히 민주당·한국당 거대 양당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다당제 정치를 주장해온 손 대표는 선거제 개편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남은 일정을 고려해도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사법제도 개편안 등 4개 안건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정한 시점이 12월초.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탈당 및 신당 창당으로 밝힌 시기, 황 대표가 밝힌 보수 통합 시기 등도 이 시점에 몰린다.
한편 손 대표의 발언을 두고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시각은 엇갈렸다. 변혁 소속 한 의원은 “불필요한 논란을 부른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선거제 자체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상대의 정치관 등을 공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말 그대로 선거제 개편안에 어깃장을 놓는 한국당을 손 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본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한국당이 소위 ‘침대축구’를 해온 게 사실”이라며 “손 대표가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고 다른 뜻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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