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 리더십도 없다'…터져나온 한국당 쇄신요구

[the300]김태흠 "현역 기득권 포기하자"…'리더십' '혁신' '정책' 3無 총체적 난관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영남권·강남3구 중진 용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영남, 서울 강남 3구에 3선 이상 선배들은 용퇴를 하든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달라"

자유한국당 내에서 인적 쇄신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이 없다는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던 터였다. 한국당이 '리더십 위기', '혁신 실종', '정책 부재'라는 총제적 난관을 극복하느냐에 보수 진영의 정치적 운명이 걸렸다.

재선인 김태흠 한국당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현역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 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 당을 위한,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여러 날 고심 끝에 고언을 올렸다"고 말했다.

"당의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면 새로운 곳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게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나를 버려 나라를 구하고 당을 구하겠다'는 결기와 희생정신"이라며 "그러한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용퇴의 길을 선택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초선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당 내 초선모임의 간사를 역임했던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은 이날 초선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려 "오늘 김태흠 전 최고위원께서 의미심장한 기자회견을 했다"며 "초선의원들 몇분께서 의견을 나눠보자는 말씀을 주셨다. 모레(7일) 아침 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외침이 당내 파장을 불러올지 관심이다. 황교안 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주장에 "당의 미래를 위한 충정의 말씀이라 생각한다"며 "반드시 총선에 이길 수 있도록 신뢰받을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전날 '변화와 쇄신 총선기획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총선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변화와 쇄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무겁다. 당장 총선기획단12명은 단장을 비롯해 총괄팀장, 간사 등이 모두 소위 '친황'(친황교안)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지적에 황 대표는 이날 "어제 발표한 건 소수의 기획단"이라며 "'다양한 분들이 같이 하지 않는다' 걱정하시는데 (새로 만드는) 폭넓은 총선 공약단을 통해 적절한 분들을 모시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소상공인 정책평가 대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그러나 한국당의 위기는 인물 몇명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로 지지율 상승효과를 봤지만 내부 혁신이 없어 현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받아 안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조국 사퇴를 자축하는 표창장 수여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가산점 논란에서 드러났듯 지도부는 공감능력 부족과 리더십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중진은 중진대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계파를 아우르고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희생이 전무하다. 

새로운 불출마나 백의종군 선언은커녕 오히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불출마를 시사했던 중진들조차 일부는 입장을 바꿔 선거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당의 이철희, 표창원 의원과 같은 초재선 그룹의 당찬 목소리도 없었다. 그나마 김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인재영입이라는 흥행몰이도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이마저도 미련을 못 버리다가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논란에 논란이 더해지자 한발 늦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국민들에게 선명성을 각인시켜줄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책에서 민간 자율성을 강조하는 '민부론', 전통적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외교안보정책 '민평론'을 차례로 내놨지만 과거 보수정권의 논리를 정리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러니 총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외연 확장' '중도층 흡수'는 요원하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앞두고 장외투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극단적 주장을 펴는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에 결합하는 게 지도부의 현 주소다.

중도성향의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근본적 해법은 결국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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