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아베와 한일대화 물꼬-'RCEP' 타결짓고 태국서 귀국

[the300]한일 해빙 가능성…"인내심 갖고 北에 계속 관여" 美에 강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2019.11.04. since1999@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간의 태국 방콕 일정을 마치고 5일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깜짝 대화로 한일 관계회복 가능성을 열었다.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절 경제동반자 협정(RCEP) 협정문을 타결하는 등 자유무역과 상생발전 가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다자회의를 위해 출국할 당시만 해도 한일관계가 최대 화두였으나 별다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일 어느 쪽도 사전에 정상회담이나, 약식 회담(풀어사이드)조차 예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4일 아세안+3 정상회의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아베 총리와 11분간 마주앉았다. 한일 정상간 13개월만의 대화였다.

한 번의 만남으로 급진전을 기대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쌓인 현안을 풀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연말까진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진전을 봐야 하고, 당장 이달 22일이면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이 종료된다.

그럼에도 얼었던 관계에 해빙 가능성이 엿보인 건 분명하다. 한일 정상은 태국 방문을 계기로 3일 갈라 만찬,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지속가능발전 특별오찬, 동아시아정상회의(EAS), RCEP 정상회의 등에 나란히 참석했다. RCEP 회의에선 곁에 서서 팔을 서로 교차하는 악수로 양국이 아시아 공동체의 일원임을 재확인했다.

RCEP 협정문 타결은 또 하나의 성과다. 시장개방 이슈 탓에 인도가 빠지긴 했지만 태평양의 서쪽, 세계인구 절반을 묶는 다자간 FTA가 최종 타결에 근접했다. 문 대통령은 RCEP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기하강을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무역’의 가치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강경화(오른쪽부터)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국가안보실2차장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2019.11.04. since1999@newsis.com

2013년부터 7년을 끈 협상이었다. 참가국 통상 장관들은 각 정상들이 집결하는 때가 지나면 다시 동력을 모으기 쉽지 않다고 보고 마라톤 협상을 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급히 회의가 잡혀 호텔로 가다가 차를 돌리기도 했고, 제가 어느 나라 장관이 무슨 메신저 앱을 쓰는지 안다. "그걸 (휴대전화에) 다 깔고 수시로 협상했다"고 소개했다. 

나라마다 대표적 메신저가 달라 페이스북이 모회사인 왓츠앱,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인 라인, 보안이 우수한 걸로 평가되는 바이버, 텔레그램 등을 쓰는 장관들이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달 25~26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세일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고비에 걸려있는 점은 아쉽다. 현재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산 방문도 어렵다. 

문 대통령은 "오랜 대결과 적대를 해소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새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며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4일 오후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접견하고 있다. 2019.11.04. since1999@newsis.com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방콕에 왔다. 문 대통령은 EAS에서 "인도-태평양의 상생협력"과 "남중국해 비무장화, 항행의 자유"를 언급했다. RCEP으로 중국과 손을 잡았다면 미국의 인도-테평양 전략에 부합하는 발언으로 균형을 이뤘다고 풀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불과 일주일 전 모친상을 겪고도 담담하게 외교에 임한 건 방콕에 모인 정상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 등을 얼싸안듯 두드리며 위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통해 친필 서명한 서한을 전달, 문 대통령을 위로했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재확인하고 책임 있는 역내 중견국가 위상을 제고한 것 등을 태국 방문의 성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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