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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대통령의 휴식, 슬퍼할 시간

[the300]

# 10월 31일 오후 3시30분. 청와대 출입기자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했다. 모친상을 치른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를 알리는 소리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장례미사를 드린 뒤 안장식 등이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장례절차를 마치자마자 헬리콥터에 올라탄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내일(11월1일)부터 업무에 복귀, 정상근무할 예정”이라고 브리핑했고 출입기자는 관련기사를 송고했다. 청와대는 ‘정상 근무’에 방점을 찍었지만 난 그 소식이 참 슬펐다. 각별했던 어머니를 여읜 아들이 ‘충분히’ 슬퍼하고 추모한 뒤 돌아와도 된다는 생각에서다.

3일장이었다지만 문 대통령이 모친을 모신 시간은 48시간이 채 안 된다. 자식이 모친을 기억할 시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를 시간으론 부족하다. 혹여 그가 철인일지라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업무 복귀하는 날, 그의 삼우제 불참 소식도 알렸다. ‘정상 근무’를 강조하기 위해 아세안 순방 준비 등을 부연하는 청와대를 보며 답답함이 커졌다. ‘대통령의 시간’을 고민하긴 하는 걸까.

#지난해 6월 24일 러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몸살 기운이 있던 문 대통령은 ‘정상 근무’를 강행한다. 하지만 감기 몸살과 해외 순방 피로가 겹치며 건강은 악화된다. 잠자리 이불이 땀에 젖을 정도였다고 한다. 27일 까지 정상 출근하며 버티던 문 대통령의 오후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그의 건강을 두고 여러 추측이 흘러나온다.

그날 오후 대통령 주치의가 휴식을 권고하자 결단을 내린 이는 문 대통령이 아닌 당시 비서실장 임종석이었다. 임종석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휴가까지 ‘공식’ 발표한다. 28~29일 이틀 연가에 이어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대통령은 건강을 회복한다.

비서실장직을 내려놓은 임종석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대통령 휴가 보낸 것’을 꼽는다. “여사님한테 칭찬도 많이 들었다”면서. 이처럼 대통령의 시간, 대통령의 휴식은 대통령이 ‘만드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대통령의 휴식이 줄어든다.

2017년 문 대통령은 14일 연차중 8일(여름휴가 5일 포함)을 사용한다. 2018년엔 21일 연차의 절반인 12일을 소진한다. 여름휴가 5일과 감기 몸살로 고생한 이틀을 포함해서다. 올해는 여름휴가도 못 갔다. 반차 두차례 포함, 4일만 휴가를 썼다. 잔여 휴가일수는 17일이나 된다.

#문 대통령은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며 쉼없이 달려왔다. 임기의 절반인 30개월을 지나며 문 대통령의 머리카락도 많이 헐거워졌다. 30개월 전 겉모습과 비교하면 힘든 기색이 더 두드러진다. ‘임기 반환점’을 내건 숱한 평가와 제언이 쏟아진다. 80%대에서 40%대로 떨어진 지지율, 실타래처럼 꼬인 외교, 암울해지는 경제 상황, 재정립해야 하는 국정 방향과 공정·개혁의 가치….

하지만 거창한 제언 대신 난 대통령의 휴식을 요청드린다. 대통령의 모친상과 겹쳐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취소 소식이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반갑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우연찮게, 정말 필요했던 시간이 ‘주어진다’. APEC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했던 멕시코 방문도 취소하면서 7일(13~19일)의 시간을 얻는다.

임기 전반전을 치른 시점이라 그 7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조급하게 다른 일정으로 채우기보다, 온전히 그 시간을 챙겼으면 한다. 아들로서 슬퍼할 시간, 스스로 추스를 시간, 임기 전반전을 되돌아보는 시간, 후반전을 그려보는 시간…. 

물론 ‘주어진 시간’을 대통령의 휴식으로 만드는 것은 청와대 참모의 능력이다. 내게 결정권이 있다면 온전히 대통령의 시간, 대통령의 휴식을 드리고 싶다. 심호흡 뒤 후반전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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