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만 돈 버는 퇴직연금"…14년 참은 직장인 '폭발'

[the300]'수익률 1%대·수수료 年9000억' 못 참아…'기금형' 기대감↑, 기존 사업자 '반발' 변수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서울 맑은 하늘 아래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정부·여당이 퇴직연금 제도 도입 14년만에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 이유는 한계에 다달은 직장인 분노를 고려해서다. 과거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소득 대체 수단으로 출범했으나, 1%대의 수익률은 효과를 체감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연 9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는 이같은 분노를 부추긴다. 정부·여당 입장에선 서민 호주머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펼칠 기회인 셈이다.
(관련기사☞ [단독]'1%대 수익률' 종말…당정, 퇴직연금법 뜯어고친다)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으로 국내 첫 도입됐다. 정부는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인한 퇴직금 미지급 사태를 방지한다는 점을 내세웠으나, 직장인과 업계 생각은 달랐다. 적립금이 금융자산으로 운용되면서, 직장인들은 자산 증식의 효과를 기대했다. 은행·증권·보험업계도 새로운 수익 모델에 내심 반겼다.

은행·증권·보험업계는 기대를 넘어선 효과를 봤다.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 42곳이 지난해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사업으로 거둬들인 수수료는 총 8971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6588억원 대비 36.2% 증가한 규모다.

반면 직장인들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01%로 △2016년 1.58% △2017년 1.88%에 이어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인 선택 등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DC형 퇴직연금 사업자 중 73.8%는 올해 2분기말 기준 직전 1년 수익률이 0~1%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3%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가 수요자인 직장인보다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이 보장된 상황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수료 제고를 위한 자발적 혁신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불투명한 시장 전망도 직장인 우려를 키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1030억원의 수수료를 거둔 A은행은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연수익률 0.89%를 기록했다. △2010년 6% △2011년 3.7% △2012 5% 등 주식 시장이 비교적 호황일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6년부터 수수료를 차감한 수익률로 집계한 점을 고려해도 격차가 크다는 목소리다.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 제도로는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반발은 변수로 지목된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복수의 회사가 수탁법인을 설립해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직접 운용하도록 길을 터줬다. 연 9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기존 사업자들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반면 직장인들은 새로운 정책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저조한 수익률에 그치는 현행 제도에 대한 기저 효과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복수 회사가 연합해 수탁법인을 설립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며, 자산운용 전문가로 구성되고 근로자 대표가 설립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