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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병무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 사진 = 뉴스1

국군기무사(기무사·현 안보지원사) 개혁의 발단이 된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이 또한번 정치권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기무사가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으로 출발한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란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곧이어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는 "기무사가 탄핵이 기각되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했다"고 주장하는 등 의혹이 확산됐고 군·검 합동수사기구가 출범, 지난해 11월 계엄문건 중간수사를 발표했다.

한동한 잠잠하던 이 사건은 지난 21일 군 인권센터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8년 7월 언론에 공개됐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재점화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 대통령 권한 대행이던 2017년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검토문건 작성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황 대표 측은 "국민 기만 목적의 가짜뉴스 유포'라며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군 인권센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추가 폭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핵심 쟁점에 대한 논란을 정리했다.

◇황교안 대표 관여 논란=임태훈 소장이 공개한 새 문건에는 ‘계엄 선포 필요성 평가’란 항목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있다. ‘NSC'가 논란이 되는 것은 당시 대통령 권한 대행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였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2016년 12월 9일과 2017년 2월 15일, 20일 등 세 차례 NSC를 주재했다. 군 인권센터는 "황 대표 등 정부 주요 인사 간에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며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임 소장을 고발했다.

◇검찰수사 문제없었나=군 인권센터는 의혹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의 '부실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수사단이 이미 이러한 내용을 알았을 텐데 황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임 소장은 회견 뒤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 문건을 보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인용) 이틀 전인 3월 8일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를 잡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계엄 시행준비 착수 : 탄핵선고일(D)-2일부터'라는 항목 아래 △국방부 계엄 준비 태스크포스(TF) 가동 △기무사 합동수사본부 운용준비 등이 적시돼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인권센터는 ‘계엄령 검토 문건’ 진상 규명에 실패한 것이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다. 합수단장이 노만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이었으니 그 직속 상관이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추가 공개문건 진위 논란= 임 소장이 폭로한 문건의 진위 논란도 가세했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건 표지에 한자 오기가 있다며 문건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문건에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표시가 다수 있어 원문을 그대로 필사해 공개했으며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또 “해당 문건은 검찰에도 같은 내용으로 존재한다. 허위로 작성하거나 조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임태훈 소장에 대해 국정감사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소장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계엄령 문건’을 원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베껴서 작성한 필사본"이라면서 "뒤늦게 필사본이라고 변명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증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가폭로 의혹도 '검찰의 시간'(?)=계엄령 문건이 추가폭로 등을 통해 의혹을 더해가는 근본 이유는 지난해 군검 합동수사단이 진상규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문건 작성 당사자이자 문건 작성 의도를 풀어줄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최종적인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합수단은 해외로 도피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수배) 처분을 내렸다. 조 전 사령관과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등은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참고인중지는 사건 관련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검찰에 진실을 가려달라며 고발한 상황에서 검찰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확보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