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불출마' 2명 배출한 '조국 국감' 격전지

[the300]사법개혁 국면에 국민 관심 고조…'국감'보다 수사·재판 민원만 난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대상의원. 금태섭(민) 표창원(민) 정성호(민) 김종민(민) 김도읍(한) 주광덕(한) 박주민(민) 백혜련(민) 이철희(민) 오신환(바) 채이배(바) 이은재(한) 정점식(한) 송기헌(민) 박지원(대) 장제원(한) 정갑윤(한) 여상규(한-위원장)

파행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주목하는 '사법개혁'에 대해선 해답보다 정쟁만 남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였다. 격전에 지친 의원 2명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했다.

◇"장관직에 계셔도 문제고 사퇴해도 문제"

법사위 국감은 올해 국감 시작부터 '조국 국감'의 격전지로 예상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 과정에 불거진 여야 간 충돌이 두 달 넘게 계속되던 가운데 국감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지난 15일 법무부 국감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돌연 사퇴하면서 김오수 차관이 갑작스레 전면에 나서야 했다.

물론 조 전 장관이 물러났다고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조국 국감'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영장 재판에 대한 질의는 조 전 장관이 장관직에 있든 없든 계속됐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 마디가 법무부 국감 첫 질의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마디였다. 이 의원은 "조국 장관님은 장관직에 계셔도 문제고 사퇴해도 문제군요"라고 말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인 법무부 국감은 당초 '하이라이트'로 예상됐던 것보다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장관 대행이 돼 버린 김 차관은 돌연 피감기관장 자리에 앉아 법무부 발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받아내야 했다.

장관 대신 차관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법무부 국감은 평소의 법사위 현안 질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꾸며졌다. 김 차관에게는 법사위 최대 현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입장에 대한 의견 표명이 요구됐다. 여야가 서로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공수처 설치 여부나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 등에 법사위는 결론을 내는 대신 서로 엇갈린 입장만 다시 확인하는 정도로 국감을 마쳤다.

법무부 국감 당일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은 특수부 대폭 축소에 대해서도 비슷한 식의 질의가 이어졌다. 여당은 이를 옹호하는 입장을, 야당은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이어갔지만 각자 입장을 다투기만 하고 대안이 제시되진 못했다.

◇자리 없어도 불린 명재권 판사…종감까지 이름 불린 황희석

'조국 국감' 국면에 의원들의 관심사는 여야 할 것 없이 조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 문제였다. 여당은 검찰을 겨냥하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반면 야당은 법무부와 법원을 겨냥하며 각 정당별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질의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자리에 없지만 '씬 스틸러'로 부각된 인물이 있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야당 의원들은 조 전 장관의 동생에 대한 영장 발부를 기각한 명 판사에 대해 현장에서 증인 채택을 하자면서 항의했다.

'조국 인사 1호'인 황희석 법무부 검찰개혁추진단장(인권국장)은 출석할 때마다 불려 나왔다. 검찰 개혁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 등이 잇달아 황 국장을 불러 정치 편향적이라며 지적했다.

◇수사 개입성 발언도 한 가득…고성에 아무말 대잔치까지

국감보다 정쟁이 난무하면서 수사 개입성 발언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을만한 발언들도 다수 등장했다. '윤석열 국감'이었던 17일 대검찰청 국감을 비롯한 검찰 국감에서는 어김없이 이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었다. 여 위원장은 여러 차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를 언급하며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해 여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여 위원장이 특히 '수사 대상'이었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공방이 고조됐던 것은 지난 7일  서울 등 수도권 고등·지방검찰청 국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여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수사는 검찰에서 함부로 손 댈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대고 수사하지 말라고 했는데 감사위원 자격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여 위원장이 반박하면서 두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여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듣기 싫으면 귀를 닫아라"고 말한 뒤 작게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중얼거렸다.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욕설이 마이크를 통해 중계를 타 여 위원장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에 이르렀다.

◇정쟁 속 '내 스타일로'…금태섭·표창원 등 두각

이 와중에도 자기 스타일을 지키며 '국감'의 본분을 지켜보려 애쓴 의원들이 있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를 주장하는 여당 소속이지만 공수처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가 없었다. 야당 의원들처럼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법무부 등에 발전적 논의를 촉구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등 토론을 나름대로 유도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보편적인 국민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할 수 있는 판결문 공개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책 질의를 여러 기관에서 꼼꼼히 질의하면서 자신만의 '퍼즐'을 맞춰가기도 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도 반향이 컸다. 표 의원이 대검 국감에서 질의한 맥도날드에 대한 '햄버거병' 책임 의혹에 대해서는 대검에서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이 사건을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검사장으로서 총괄했다는 점에서 표 의원은 검찰을 겨냥하는 여당 전략에도, 민생 챙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부끄러워서 법사위도 국회의원도 못 해먹겠다"

다만 정치적 대립만 지속된 법사위 국감에서 '진짜 국감'을 하고자 했던 의원들의 허무함이 커졌다. 이 때문에 실제로 표 의원과 이철희 의원 등 2명의 여당 초선 의원이 국감 기간과 국감 종료 이후 잇달아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 가운데 이 의원이 남긴 명언이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등 수도권 고등·지방법원 국감에서 "부끄러워서 법사위도 국회의원도 못 해먹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다음날 곧바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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