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무기는 입시제도 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시 비중 상향을 천명했고 관계부처가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부터 공수처 법안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고 압박한다.

패스트트랙 처리에서 여당과 공조해온 정의당은 '의원 정수 확대' 카드를 들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논의가 본격화하자 공론화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의 주장에 강력 반대하는 한편 경제·외교안보 실정을 비판하면서 정책 '대전환'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당은 29일부터 공수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국당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야당들도 공수처 우선 처리를 반대하고 있어 실제 상정 가능성은 낮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먼저 공격권을 잡았다는 평가다.

공수처 관련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다. 검찰개혁 요구를 공수처로 연결시켜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공수처 신설 공세는 다음달말이면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게 되는 선거법 개정안과 연결된다. 공수처 법안을 그 이전에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선거법과 동시 처리에 동력을 얻게 될 수 있다.

역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인 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개혁은 문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31일 '공정사회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면서 '공정사회'를 임기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역설적이지만 '조국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아젠다로 뒤집기를 노린다.

정의당은 의원 정수 확대 이슈를 연일 부각한다. 전날 심상정 대표에 이어 이날 김종대 의원도 지난해 말 5당의 합의 내용(10% 이내 범위에서 의원정수 확대 검토)을 언급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를 실제 의석수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의석수를 유지하려면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나왔지만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법안에 반영하지는 못한 상태다.

일단 한국당은 공세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펼치고 있다. 당장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 여론을 근거로 강력 반대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는 여론조사에 드러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국민의 뜻대로 하겠다"며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를 지시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높은 탓에 실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비교적 최근 조사인 5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총수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72%가 반대했다. 의원 수를 축소하는 데도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여야 5당이 10% 이내에서 확대하는 안을 합의문에 넣은 것도 반박한다. 문자 그대로 '검토'하기로 한 것일 뿐 합의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얘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왜 없는 말을 하느냐, 왜 없는 합의를 있다고 하느냐. 지난 합의서를 똑똑히 읽어보라"고 말했다. "심 대표가 드디어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정치 개혁, 선거 개혁은 전부 핑계들이었고 결국 속내는 국회 배지 욕심, 정의당 의석 수 늘리기 욕심이었다"고도 말했다.

공수처는 정권의 악용 가능성을 부각하며 '집권연장의 음모', '좌파독재 완성'의 프레임으로 공격한다. 정시확대는 한국당이 원래 주장해왔던 것으로 문 대통령이 여론 악화에 급조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정책대안으로는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 '민부론', 한미일 공조 강화를 골자로 한 외교안보정책 '민평론'을 내세우며 현 정권의 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진영논리에 빠진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의 '제3지대'를 주창하지만 당이 사실상 분당 상태에 빠진 탓에 구심력을 잃은 상태다. 손학규 당 대표는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고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소속의 오신환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수처 설치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