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숫자 늘리자? 국민의 역린 vs 설득 가능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이 불붙었다. 여권에서 '논의 가능성' 정도의 의견이 나오자 의원 수 확대를 원하는 정의당 등이 이를 공론화하고, 자유한국당이 국민 여론을 근거로 강력 반대하는 그림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12월 5당이 모여서 '10% 이내 범위에서 의원정수 확대' 내용을 넣은 합의문을 작성했고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원 정수 확대를 언급한데 이어 재차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심 대표는 전날 선거제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최대 쟁점을 '의석수'로 꼽았다. 심 대표는 "지역구 의석을 얼마나 줄이고 비례 의석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포함해 여야 5당이 합의했던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내에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를 실제 의석수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의석수를 유지하려면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나왔지만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법안에 반영하지는 못한 상태다.

다음 달 말부터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선거법 개정안)에도 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이 법안은 심상정 대표가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법 개정안 협상이 시작되면서 여권 내에서 의원 정수 확대 이슈가 거론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4일 라디오 방송에서 의석수 300석이 당론이라는 전제로 "(의원 정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정도로 발언했는데 군소 야당이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 우선 처리'를 내세웠다가 선거제 개편을 원하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이 일제히 반발하자, 이들을 달래고 한국당을 제외한 공조체제를 세우기 위해 의원 정수 확대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의원 정수 확대 논의를 환영한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벌써 이야기 했던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반대라고 하지만 정치권이 나서서 설득하고 의원 세비 줄이고 보좌관 줄이고, 의원 관련 예산을 5~10년 동결하겠다. 이렇게 국회 개혁안을 같이 내놓으면 국민 설득이 가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강력 반대 입장이다. 우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는 여론조사에 드러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국민의 뜻대로 하겠다"며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를 지시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높은 탓에 실제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비교적 최근 조사인 5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총수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72%가 반대했다. 의원 수를 축소하는 데도 60%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여야 5당이 10% 이내에서 확대하는 안을 합의문에 넣은 것도 해석이 엇갈린다. 정의당은 구체적인 방법을 추후 검토하기로 한 것이고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 반면 한국당은 문자 그대로 '검토'하기로 한 것일 뿐 합의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왜 없는 말을 하느냐, 왜 없는 합의를 있다고 하느냐. 지난 합의서를 똑똑히 읽어보라"고 말했다. "심 대표가 드디어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정치 개혁, 선거 개혁은 전부 핑계들이었고 결국 속내는 국회 배지 욕심, 정의당 의석 수 늘리기 욕심이었다"고도 말했다.

의원 수를 늘리는 대신 세비를 동결하면 된다는 주장도 비판한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하겠다는 말도 국민을 현혹하는 꼼수"라며 의원정수 확대 자체가 비용이고 이로 인해 쏟아낼 각종 규제와 법안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다. 늘어날 국회 운영 비용과 선거 비용은 누구 몫이냐"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논란에 가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의에 반하는 베네수엘라형 선거 제도로서 도저히 우리가 도입해서는 안 되는 제도이고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또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200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일관된 주장이었다"며 "비례대표제는 미국처럼 폐지하고 전원 지역구 의원으로 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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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숫자 늘리자? 국민의 역린 vs 설득 가능

[the300]패스트트랙 처리 앞두고 '의원 정수 확대' 이슈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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