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우려…'규제 공백' 어떻게

[the300][런치리포트-액상담배의 딜레마②]정부 위해성 조사 결과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 '규제 공백'

해당 기사는 2019-11-1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보듯 유해성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강조한 말이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합동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 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한 달전 내놓은 ‘사용 자제’보다 한 단계 수위를 높였다. 유해성이 주된 이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사망자 수가 33명, 폐손상 사례 1479건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이달 초 발생한 국내환자는 30세 남성으로 폐렴 등 폐손상 증상을 보이기 2~3개월 전부터 쥴·릴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는 한계가 있다. 강제 판매 금지조치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강제 조치가 없다. 현행 제품안전기본법상 안전성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제품의 위해성이 확증된 경우에만 ‘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11월 말까지 유해성분 분석을 마친 뒤 위해성 여부를 내년 상반기 내 발표할 계획이다. 최소 8개월 이상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 액상형 담배 제조사들은 일제히 ‘우리 제품에 문제 성분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선 김정후 KT&G NGP개발실장은 ‘(릴베이퍼가)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냐’는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자체검사는 했다. ‘유해하다’ ‘덜 유해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의 조사결과 방침이 수립되면 이를 성실히 따르겠다”며 그전까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 증가세를 보면 ‘규제 공백’ 속 우려를 키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액상형 담배수입량은 1437만3053 밀리리터(㎖)로 3년 전인 2016년(60만5335㎖)보다 2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자담배용 니코틴액 수입량도 2016년 1670리터(ℓ)에서 6만1694ℓ로 6배 늘었다.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11개 회사 36개 품목인데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이 대부분이다.

정부·여당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폐질환이 2006년 처음 보고됐지만 정부의 역학조사는 5년 뒤인 2011년 시작됐고  2016년에야 판매가 중지됐다. 이 과정에서 약 1400명이 사망했다. 

정치권은 징벌적손해배상제 등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안정성 강화와 책임의식을 유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징벌적손해배상제가 일찍 도입된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서 1450억달러의 손해배상판결이 나왔다. 

국회는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환경보건법’을 개정해 최대 3배의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했지만 그 대상을 환경오염사고로 인한 환경성질환을 일으킨 사업자 등으로 한정지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