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고차방정식' 문제풀이에 답답한 국회

[the300]민주당 "공수처부터" 한국당 "공수처 안돼" 군소 야당들 "선거제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선거법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지만 각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문제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를 통한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강력 반대하며 검경수사권조정을 통한 검찰개혁을 말한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패스트트랙 상정 때처럼 한국당을 배제하고 강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친다. 하지만 다른 야당들도 '공수처 우선 처리'에 반대하고 나섰다.

23일 오후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은 선거법 논의를 위한 '3+3 회의'(원내대표와 각 당 의원 1인씩 회동)와 사법개혁법안(검경수사권조정안, 공수처 설치안) 협의를 위한 실무회동(각 당 의원 1인씩)을 각각 열었다.

관건인 공수처는 이날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당은 반대를 고수했고 설사 패스트트랙 관련 현안이 모두 대타결 된다는 걸 전제하더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공수처는 안 된다는 점 △공수처장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것 등의 의견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수사 대상이 특정돼 있는 공수처, 이런 특별 공수처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며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사권만 가진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건 지도부와 논의해 봐야 하지만 제 사견으로는 검토해볼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참석자인 송기헌 의원은 "한국당이 처음부터 반대해서 실질적 협의는 할 수가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가능성이 있다. 다른 부분이 다 타협된다고 하면 아마 공수처에도 한국당이 조금 더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큰 틀에서 여야가 공감하는 검경수사권조정안은 수사 공백 문제, 검찰의 수사지휘권 행사 범위 등에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당이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권 제한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에 새 이슈가 됐다.

이들은 당 지도부 등과 논의 후 30일 또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민주당이 29일 이후 공수처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은 29일부터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민주당의 해석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애초 관련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관인 만큼 법사위 심사기간을 건너 뛰어도 된다는 게 민주당의 해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회법상 명백히 법안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서 90일 더 심의해야 함에도 여당은 마치 29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말한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은 법률 자문을 구했다는데 그 법률 자문 내용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반대해도 다른 야당과 공조로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이겠다고 압박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오늘도 똑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불가피하게 다른 선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피한 다른 선택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를 뜻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중 플레이하듯 만날 수 없으니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먼저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패스트트랙 공조했던 분들의 요구가 있는데 계속 안 만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야당들도 입장이 제각각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수가 가장 많은 '변혁'(15명,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에서 활동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 설치가 곧 검찰개혁은 아니다"며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서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내려놓게 하는 게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른 당들은 4월 패스트트랙 상정 당시 약속대로 선거제 개편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날 처리하더라도 순서는 선거제 개혁을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유성엽 대표가 이끄는 대안신당(의원수 10명)도 전날 공수처법 우선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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