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하프타임 文의 국회연설, 전쟁의 서막 알리는 냉랭함이…

[the300]차분한 시정연설 과정…'X' 등장한 본회의장, 공수처·경제정책 격돌 예고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4번째 국회 연설은 '차분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여야 대표 등과 사전 간담회, 35분간의 연설, 야당과 악수를 나누는 퇴장 등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공수처(공직자범죄수사처) 추진, 경제 인식 등에서는 입장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냉랭함이 흘렀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9시35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짙은 남색 양복에 초록색과 파랑색, 흰색이 사선으로 교차하는 스트라이프(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국회의장 접견실로 이동한 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등을 비롯해 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들과 20여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지만 날 선 여야대립 국면에서 가시 돋친 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며 "국회에서 예산안 법안 심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제1야당 당수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관련해서는 잘 해주셨다"며 "조 전 장관을 임명한 이후부터 국민의 마음이 분노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의 말에 문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법원 개혁과 관련한 말을 건넸다. 김 대법원장은 "정기국회 내에 저희들이 낸 개정안이라든지 제도 개선과 관련된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입안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 중앙 통로로 입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좌석 모니터를 쳐다보며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날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 '혁신'이라는 단어를 20회, '포용'이라는 단어를 14회, '평화'라는 단어를 11회 언급했다. 지난해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 10회, '혁신'을 12회, '포용'을 18회, '평화'를 8회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조국 사태, 경제 불안 상황 속에서 공정과 혁신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박수는 모두 29차례(입장, 퇴장 포함)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정의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주국방을 언급하며 "병사 월급을 54만원으로 33% 인상해 국방 의무를 보상하겠다"고 말하자 한국당 측에서 먼저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100페이지 분량의 대형 슬라이드 자료를 본회의장 스크린에 띄웠다.

싸늘함과 냉소도 흘렀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라며 고용률이 역대 최고라는 점을 말하자 야당 의원들 쪽에서는 "무슨 말이냐"라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대통령이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할 때도 "공정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공수처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두 팔을 교차해 엑스(X)자를 그리는 행동을 보였다. "안돼요 공수처"라는 외침도 나왔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리하지 않았다.

오전 10시35분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한국당 의원들 자리로 다가갔다. 연설 종료 직후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서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연설 처음부터 끝까지 메모를 하며 지켜보던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효상, 홍일표, 박덕흠, 이철규, 김성태, 윤상현, 이만희, 김세연, 이주영 , 정우택 의원 등이 서서 차례로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을 지켜보던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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