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국 없게끔'…文, 집권 후반기 '공정사회' 선언

[the300]"공정이 바탕돼야 혁신·포용·평화 가능…합법적 불공정까지 개선"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2.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최고 역점 과제로 '공정사회'를 앞세웠다. 혁신성장, 포용경제, 평화정책 모두 공정 가치의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민의 반영이 최우선이라는 진단도 깔려있다. 

40대 일자리 대책, 입시제도에서 정시확대 등을 약속하고, 대북 유화 메시지를 최소화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공정을 위한 개혁'에 힘을 줬다.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포용·평화가 있을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역설이 뒤따랐다.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앞둔 시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국정 지지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란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무엇보다 '공정사회' 구축이 최우선 가치라는 점을 못박았다. 임기 후반부에는 '조국 이슈'로 타격을 받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다시 문재인 정부의 담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천명한 공정사회의 방향성은 △제도 속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지도층 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하며 '제2의 조국 사태'는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선언'에 이은 구체적 조치가 뒤따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하는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직사회 기강을 세운다. '조국 이슈'로 인해 화두로 떠오른 공정교육의 해결책으로는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까지 언급했다. 

일자리 예산을 설명할 때도 '공정' 키워드를 활용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 청년, 40대 남성, 노인층 등 '조국 이슈'로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 계층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하락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고령화시대의 어르신은 일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채용,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메시지를 종합한다면 이런 분야에서 '합법적이었더라도 명백히 불공정한' 부분들을 솎아내 제도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다.

'공정'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민의를 파악하는데 소홀함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 이유다. 

입시에서 정시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 역시 그동안 입시생, 학부모, 청년층에서 주장해온 것을 반영한 것에 가깝다.

평화정책에서도 민의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취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축구 대표팀의 '깜깜이 평양 원정'으로 민심이 들끓던 와중에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를 말했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이날 시정연설에서는 이런 언급이 모두 빠졌다. 그저 "북한의 밝은 미래는 평화경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는 원칙론만 반복했다. 

'조국 이슈'로 잠시 민심을 잃었지만, 경제정책 등 국정운영 방향에는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큰 맥락에서 정책 수정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매우 건전하다"고 했다.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을 직접 거론하며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을 빌미로 야당이 정쟁을 앞세우기 보다 민생을 위한 협치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자"며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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