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합법적 불공정까지 바꾸는게 국민요구..개혁 추진"(종합)

[the300]3년연속·네번째 시정연설, "사회전반에 공정…공수처·확대재정"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문재인 대통령 2020 예산안 시정연설에 시각물로 사용된 슬라이드-'공정' 분야/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약 30분 분량의 연설에서 확장적 재정 기조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재정 여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방향으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국정 과제로는 △공정을 위한 개혁 △검찰개혁 △민생과 안전을 위한 입법실현을 강조했다. '공정' 분야에는 특히 교육, 채용 분야 개혁 의지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때마침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앞두고 가진 국회 연설에서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공정,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도 바꿀것=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조 전 장관 임명 전후 터져나온 갈등과 논란에 나름의 대답을 내놓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며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관련,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시 비중 '상향' 등 입시개편도 약속했다. 채용비리에 대한 엄정 조치, 피해자 구제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경제를 위해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검찰개혁, 공수처 외 대안있나= 문 대통령은 '공정'에 이어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국회의 처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역할 요구돼, 재정건전성 양호= 내년도 예산안 기조에 대해선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 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 원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지금 개인의 가치가 커지고, 인권의 중요성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지출 부담에 대해선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며 "내년에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 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으며 손으로 엑스를 만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탄력근로제·벤처투자촉진법·유치원3법 등 당부= 문 대통령은 "마지막 정기국회를 맞이한 만큼,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조속히 매듭짓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여, 20대 국회가 ‘민생국회’로 평가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며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3법’과 기술 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등 많은 민생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 안전과 재난대응 강화를 위한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과 청년, 여성들을 위한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등 안전관련 법안들과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도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 약속대로 가동하자=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를 대비하는 국정 전반의 기조 관련,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며 "제 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며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여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대화만이 비핵화의 벽 무너뜨려..北 호응 촉구=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선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혁신·포용·공정·평화 경제로, 국회도 유종의 미= 문 대통령은 오전 40분보다 조금일찍 국회에 도착,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영접을 받아 국회본관에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마중을 나왔고 이어 정당 대표·교섭단체 원내대표·각 부 요인들이 함께 차담을 가졌다. 

오전 10시 본회의가 개의, 문 대통령이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가운데 통로로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에 따라 10시35분까지, 33분 가량 연설했다. 본회의장 대형화면에는 청와대가 준비한 슬라이드가 연설 발언에 맞춰 변화했다.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 '혁신' 20회, '포용' 14회, '평화' 11회 각각 언급했다. '공정'에는 '불공정' '공정한' 등의 표현을 포함한 횟수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며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선 경제에 대한 평가, 공수처 등 검찰개혁에 대한 부분에서 야유를 보냈다. 한국당 일부 의원은 팔목을 교차하는 엑스(X)를 표시, 문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때로 그 의원들을 쳐다보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퇴장 때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원 좌석 사이의 통로를 택했다. 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도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로텐더홀을 나선 가운데 여당 보좌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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