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설리 떠나보내고도…'악플금지법' 없는 이유는?

[the300]애매한 '악플'의 정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배우 설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 기념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설리는 악플(악성 댓글)로 괴로워했다. 2014년엔 연예계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악플이 꼽힌다.


악플은 해묵은 사회적 문제다. 늘 문제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악플을 막을 만한 명확한 법이 없다. 설리 사망 후 온라인 상으로 ‘악플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곧 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 제 70조에 따라 ‘악플러’를 처벌할 수는 있다. 이 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일반 형법 상 명예훼손죄를 정통법에 끼워넣은 것인데 법 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악플금지법을 제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법을 만들기 위해선 ‘정의’와 ‘규정’이 중요한데 ‘이런 것이 악플이다’라는 정의와 규정이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더 있다. 악플은 일단 양이 많다. 손쉽게 소비된다. 욕설이 아닌 형태의 비난도 가능하다. 예컨대 악플금지법을 만든다고 하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작성된 악의적 게시물’ 정도로 악플을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악의적’이라는 평가를 누가 어떻게 할지, ‘게시물’ 범주에 댓글을 포함시킬 것인지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이 아닌 포탈업체 등에 대한 규제로 악플에 대응한다. 업체별 시스템으로 최소한의 스크리닝을 하는 수준이다.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가리는 알고리즘 등을 활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2015년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 명예훼손 댓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 온라인에 떠돌 때였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나서 개정을 막았다. 민주당은 당시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마저도 차단하고 언론의 ‘빅브라더’ 역할을 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명예훼손성 댓글이라도 제3자가 판단해 삭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허용하면 문제없는 표현까지 손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여기서도 제3자의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였다.


악플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 법은 기본권 중 정신적 기본권을 경제적 기본권보다 강하게 보호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 검열이 난무했던 군사정권 시절을 겪은 후, 표현의 자유가 더 강하게 보장되고 있다.


어떤 것이 악플인지 규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규정하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법을 만들어 강제하고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악플금지법을 제정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면, 디지털 윤리의식 교육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정보화교육에 법적·윤리적 기준에 대한 교육을 명시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불펌(불법적인 콘텐츠 도용)’, ‘악플(악의적인 댓글)’ 등을 예방하는 교육 시행할 것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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