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조국 전격 사퇴에 알맹이 없이 끝난 법원 국감

[the300](종합)조국 동생 영장 기각 공방만…이철희·정성호 등 일부 與 위원 "부끄럽다" 자성도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서울행정법원 등에 대한 2019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전격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서울고등법원·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 국정감사는 조 장관 동생 조모씨의 영장 기각 결정 관련 공방만 이어졌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는 오후 7시4분쯤 일찌감치 종료됐다.

◇"명재권 나와라" 시작부터 공방=이날 하루를 통틀어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은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다. 명 판사는 학교법인 웅동학원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조 장관 동생 조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9일 기각한 법관이다.

자유한국당은 국감 본질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명 판사의 현장 증인 채택을 여당에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국회의 압박이라며 반대했다. 공방이 이어지며 정회를 거쳤고 결국 법사위 본질의는 오전 11시50분에야 시작됐다.

명 판사의 증인 채택 여부는 합의되지 못했다. 기관 증인으로 나선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법원장이 영장 담당 판사의 처리 결과, 특히 구체적인 기각 사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국 장관 사퇴'에도 영장 공방…=기류는 오후 들어 바뀌었다. 법사위 오후 속개 직전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나왔다. 이번 국감에서 최대 '격전지'로 예상됐던 법무부 국감을 하루 앞두고 나온 사퇴 발표였다. 

술렁이는 분위기에서도 여야 법사위원들은 조 장관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영장 관련 공방만 계속했다. 여야의 기세도 달라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의 사임 발표 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분열의 책임을 지라"고 청와대를 겨냥하는 한편 조 장관 일가 관련 사건에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오후 감사 재개 선언 직후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조국 장관이 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장관직을 퇴임했다"며 "앞으로 대통령은 국민을 편가르기 하지 말고 국민 전체를 위한 선정을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조 장관 사퇴 발표 전 명 판사 증인 채택 요구의 포문을 열었던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을 다시 언급하며 "입법부가 국민 대표로서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단에 입법부가 개입을 안 하면 누가 개입하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이제라도 조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게 돼 다행"이라며 "이에 대한 최종 책임은 자격 없는 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창보 서울고등법원장 등 법원장들에게 "결코 좌고우면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말했다. 오전 중 법원을 질타했던 한국당 기류와 다소 다른 발언이었다.

여당에서는 이를 반박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의 영장 재판에 대한 성토를 보고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법원장들이) 국감에서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 맞았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현재의 영장 제도에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영장 발부 여부는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할 수 있지만 판사의 결정에 법과 양심 이외에 작용하는 건 없다"면서도 "다만 영장제도의 본래 취지를 확립하고 인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영장 제도의 개선 의견이 있느냐"고 법원에 물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동생 조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참한 채 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영장실질심사 불출석시 영장 기각은 올해 1건이라는데 숫자를 아는 사람들이 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 법원장은 "기본적으로 영장 재판이 끝나면 관련 수사 기록은 검찰로 반환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공방 속 일부 與 의원 "부끄럽다"=지리한 공방만 이어지던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여야 모두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부끄러워서 법사위 못하겠고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도 정치인 중 한 사람이지만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주장이 바뀐다"며 "창피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2017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장이 기각되니 '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는데 2년 만에 여야가 바뀌었다"며 "조 장관 동생 영장이 기각되자 우리 당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고 한국당은 사법부 수치라고 했다. 이게 뭐냐"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정치권이 개별 사건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국감에서도 답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법원에 당부하며 "지금 여당도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경수 지사가 구속되니 여당에서 굉장히 비판했고 그 당시 야당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며 "입장만 바뀌면 내로남불"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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