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비효율 '끝판왕' 농협유통자회사…통합까지 넘어야할 산은

[the300]중복인력 재배치, 조직재정비 구성원 반발은 넘어야할 산

농협이 유통자회사 5개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복 인력 재배치 등 조직 재정비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반발 등은 넘어야할 산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의 농축산물 생산지 유통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나 하나로마트 등 유통사업의 소비시장 점유율은 13%에 그친다. 소비시장 점유율이 낮다보니 높은 생산지 유통의 절반을 점유하고도 거대 유통기업들과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지역 농협의 유통사업도 실적이 부진한 건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95개 농협조공법인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협조공법인 경영실적은 2013년 23억원 흑자에서 2014년 2억5000만원 적자로 전환한 뒤 2015년 -72억원, 2016년 -103억원, 2017년 -59억원 등 적자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에 걸친 농협 유통사업 전반에 걸쳐 실적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원인은 농협의 빈약한 대도시 소매유통 역량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들이 60%(연간 매출 30조원 규모)이상 장악한 소비자 시장에서 농협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다 보니 산지시장 규모화를 통한 혜택이 소비지 시장을 장악한 유통 대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개 유통자회사로 나눠져 있는 탓에 경영상 비효율도 크다. 본사를 정점으로한 체계적인 지휘체계를 갖춘 것이 아니라 5개 유통 자회사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원가경쟁력 △구매 △물류 △마케팅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에서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한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재고 금액 대비 재고 감모 손실비율은 6.4%로 홈플러스(3%), 이마트(1.4%)보다 높다. 또 인력운용에서도 비효율이 나타난다. 농협 하나로 마트의 100평당 운용인력은 7.1명인데 반해 E모사는 100평당 5명이다. 매장 인력도 하나로마트는 5명, E사는 3.5명으로 하나로마트가 많다.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은 2018년 실시한 경제지주 유통5개사 컨설팅 결과보고서를 통해 “본사 MD(상품 기획) 기능을 매장 내에서 자체 수행하는 탓에 인력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보조 IT 시스템도 부족해 매장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농협 경제지주 유통자회사 통합 추진전략 수립’용역을 담당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는 “단순 통합으로도 유통빅3 업체와 유사한 양적 경쟁력 확보할수 있다”며 “5년간 총 누적 시너지금액은 45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은 이같은 비효율을 조직내에서 이미 인지하고 2015년부터 노력해왔다. 2017년 11월 세부과제 도출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보스턴 그룹은 명확한 변화전략방향이 없고 조직의 의지박약에 기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끌고나갈 리더십이 없다는 얘기다. 

마트지원본부 아래 유통혁신TF(태스크포스)를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유통계열사간의 통합 시너지를 내려고 설치한 기구지만 TF단장이 각 마트 점포장보다 직급이 낮아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했고 제대로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이번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퇴임전까지 자기 책임 하에 과제를 마무리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자회사의 구성원들의 동의 등 걸림돌도 적잖다. 우선 조직 통합을 위해선 중복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유통자회사간 직급과 보상체계에 차이가 발생하는 점도 예상되는 갈등요인이다. 자칫 조직정비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통합의 반발세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PwC가 “유통자회사간 조직구조, 비즈니스 유사성을 고려해 조직구조와 변화의 폭이 가장 작은 인력이식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제언한 이유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