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00일]경제-안보 '레벨업' 노린 靑, "성공적" 자평

[the300][MT리포트]文 "지금까지 잘 대처"…靑 "日 변화있어야 협상"

【오사카(일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지난 6월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06.28. pak7130@newsis.com
청와대는 한일 경제분쟁이 100일 가까이 지속된 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왔다. 양국관계 정상화의 경우 협상의 문을 열어놓되,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구상이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일본에 대해 '강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4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충분히 버틸만 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기조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100일을 거론하며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호응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 왔다"고 평가했다. 극일(克日)과 관련한 성공적인 100일이었다고 자평한 것.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였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수입선 다변화, 기술 자립, 대중소 상생 협력 등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며 "우리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구조의 업그레이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극일'과 관련해 가장 공을 들여온 분야다. 청와대에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두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타격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러서면 일본 경제에 대한 종속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비교적 일찍 '강대응' 기조를 확립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전국의 부품소재 기업 및 기술개발 현장을 직접 찾으며 "일본을 넘어서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왔다. 소재·부품·장비 등의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분야의 극일은 단숨에 국정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다음달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런 경제분야의 극일을 국제적 수준의 담론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었다.

안보 분야에서의 업그레이드 역시 힘을 주고 있다. 미국 측 인사들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서는 큰 반응을 안 보이다가, 우리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청와대에 있었다.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일본 수준으로 높여 한미동맹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일본에 가까운 미국의 정치인들 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일문제에 대한 거론없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찰위성 및 경항모 확보, 차세대 잠수함 구축에 힘을 쏟아 '안보 외부 의존도'를 낮춘다는 구상이다.

협상 여지를 닫지는 않았다.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북한과의 핵협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경제·안보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당장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 연말 추진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일왕 즉위식에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양국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이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다.

중요한 전제는 '일본의 변화'다. 일본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이 제시한 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위자료 지급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먼저 일본 측에 매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측에 줄곧 협상을 하자고 요구한 것은 한국 정부다. 그에 대해 응답이 없었던 것은 일본 정부"라며 "일본 측의 변화가 있어야 협상도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측과 외교·통상라인을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입장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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