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해군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무기상 한 사람에게 총 8차례 사기를 당하고 그 피해액만 1385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이 추진 중인 '고속상륙정 2차 사업'은 핵심 부품 납품업체인 GMB USA사(GMB)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방사청은 2012년 강모씨가 소유한 GMB와 '해군 고속상륙정 예비용 전원공급장치'를 23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런데 GMB 측은 시험성적표를 가짜로 제출하고 실제 장비도 새 제품이 아니라 중고품을 납품했다.

GMB의 행위는 즉각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됐지만 방사청은 3년 동안 해군과 책임 여부를 다투다가 전력화 시기만 2년이나 늦춰지게 됐다. 이 사업은 '조선업 부양'을 이유로 추가경정 예산까지 확보하면서 1년 일찍 도입하겠다고 방사청이 발표했던 사업이다.

특히 GMB를 소유한 강씨는 다른 방위사업에도 비리를 저질러 우리 군의 핵심 사업들에 지장을 초래했다. 강씨는 물고기떼를 탐색하는 어선용 음탐기(소나)를 군용으로 납품해 논란이 됐던 통영함(해군 구조함) 군납 비리의 당사자다.

통영함은 소나 문제로 인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강씨는 2016년엔 기뢰를 탐색하는 소해함에 부실 장비를 납품한 전력도 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강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방위사업은 수상함구조함-II 사업, 소해함 2차 사업, 공기부양정용 60Kw 발전기 사업 등 모두 10개다. 장비만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8차례 입찰에 참여한 셈이다.

방사청은 국고 약 1385억원을 강씨 소유 회사에 지급했다. 방사청은 강씨 부부와 자녀, 소유 회사 등을 상대로 미국법원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령회사들이기 때문에 이기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방사청은 강씨의 소재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 의원은 이날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처음 한두 번 속으면 사기를 당했나보다 생각하지만, 서너 번 가는 것은 의도적으로 당해주는 거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속이는 대로 다 넘어가는 이유, 못 잡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방사청 측은 “충분히 의혹이 될 만한 내용”이라며 “회사 대표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회사도 없어졌기 때문에 미국과 공조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