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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AP/뉴시스】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9.10.06. |
북한과 미국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7개월 만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섰지만 또 '빈손'으로 헤어졌다. ‘미국의 변화’를 요구하며 ‘결렬’을 밝힌 북한 입장 발표 후 미국이 “좋은 협상”이라 의미 부여를 했지만 북한은 다시 “미국이 여론을 오도한다”고 반박했다. 북미가 하노이 때 드러난 인식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채 협상 지속과 중단의 중대 기로에 섰다.
◇결국 '노딜'…북한 "미국이 화답해야 다음단계 논의"=북미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께까지 스톡홀름 외곽에서 실무협상을 가졌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와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간 예비접촉 후 7개월만의 실무협상이자, 북미대표간 첫 만남이다.
그러나 협상 전 일각에서 제기됐던 긍정적 전망과 다르게 협상은 '노딜'로 끝났다. 김명길 대사는 회담 후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입장문을 내고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결렬 원인이 미국에 있다면서 그간 '새로운 방법' 등 기대감을 준 미국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발표 후 낸 성명에서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북한과 다른 평가를 내놨다.
북미가 7개월 만에 만나 '노딜'로 헤어진 이유는 결국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순서(시퀀싱)에 대한 이견이 여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순서'를 두고 '서로 먼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합의 불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김명길 대표는 입장문에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 북한 측 조치를 열거한 뒤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의 선(先)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사실상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밝힌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김 대사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고 한 것도 선 행동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평가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이 하노이 회담 대비 후퇴했다는 평가마저 제기된다. 북한이 상응조치 문턱을 높였다는 점에서다. 김 대사는 미국의 제재 조치 발동, 합미연합훈련의 지속, 한반도 전략자산(무기) 배치 등을 "우리의 생존권과 발존권을 공공연히 위협"한 요소로 거론하며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민생과 관련한 일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엔 '생존권과 발전권의 보장'을 언급, 더 광범위한 '안전보장과 제재해제'를 바란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여기에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하노이 때 처럼 '영변 핵시설 폐기'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도 밝히지 않은 걸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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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스웨덴에서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회의 장소로 알려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의 컨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로스트란드' 의 모습. <사진출처: STV 동영상 화면 캡처> 2019.10.05 |
◇미국 "좋은 협상" 평가에 북한 "여론 오도"…북한 복귀가 관건=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미국 측은 하노이 회담 후 북미가 처음으로 대면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 등에서 이번 협상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 하노이 회담 대비 유연한 미국의 제안이 제시됐을 가능성도 있다. 협상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 협상단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일부 제재완화나 안전보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논의됐을 수 있다. 미 국무부도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싱가포르 합의 4개항의 진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들을 미리 소개했다(preview)"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의미부여가 무색하게 북한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다시 압박했다. 한국시간 6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입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가 김 대표 입장 발표 후 내놓은 성명에 대해서도 "사실이 이러함에도 미국은 우리 대표단의 기자회견이 협상의 내용과 정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였다느니, 조선 측과 훌륭한 토의를 가지였다느니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복귀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스웨덴 측이 제안한 2주 내 재협상 가능성도 일단 부인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두주일 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는데 판문점수뇌상봉(정상회담)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주일이라는 시간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리 만무하다"고 했다.
북한도 협상의 문을 닫은 건 아니나 미국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미국 측에 주지시키며 협상 재개 여부 및 시점도 안갯속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말까지"라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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