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행동부터"vs美 "로드맵 먼저"…스톡홀름 노딜 불렀나

[the300]7개월만의 실무협상 8시간만에 결렬...김명길 "빈손 美책임", 美 "창의적 아이디어 가져가"

【서울=뉴시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스웨덴에서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회의 장소로 알려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의 컨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로스트란드' 의 모습. <사진출처: STV 동영상 화면 캡처> 2019.10.05
북미는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실무협상 중단 이후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북한 협상팀은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 그간 명백히 설명했지만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미국에 전적인 책임을 돌렸다. 미국 국무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다"고 반박한 뒤 "북측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했다.

협상 과정의 논의 내용과 평가를 둘러싼 북미 양쪽의 주장을 종합하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때처럼 핵심 의제인 '비핵화-상응조치' 맞교환 셈법의 근본적 차이가 '노딜'(거래무산)을 불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협상 결렬 후 북한이 이례적인 성명 발표로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전개하고, 미국이 반박한 것도 7개월 전 상황과 유사하다.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이번 협상에서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며 협상 결렬 후 언론 앞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공동 성명 이행을 위해 북한이 취한 조치를 열거한 뒤 이에 상응하는 신뢰조치를 미국이 행동으로 보여줄 때 비핵화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나온 미국의 대북제제(15차례) 발동과 한미 합동군사연습, 우리 정부의 첨단무기 도입 등을 문제 삼았다.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미군 유해 송환 등에 상응해 제재와 한미훈련 중단 등을 언급한 셈이다.

김 대사는 특히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무협상 전 권정근 당시 외무성 미국국장(실무협상 차석대사)이 제제 해제와 체제보장을 비핵화의 전제로 내걸며 발표한 담화 내용을 재론한 것이다. 이번 실무협상에서도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미국의 선제적 화답 조치를 요구하고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뉴스1DB)2019.7.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 중단 후 '대북 협상'(North Korea Talks)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북한 대표단의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강조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특히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새로운 방법)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가 언급했던 발언의 연장선에서 '새 방법론'을 전달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비건 대표는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정의, 최종단계(end state)에 대한 합의를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핵시설 동결과 비핵화 로드맵 작성 등 '포괄적 합의'에 응할 경우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 패키지의 창의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큰 틀의 합의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확인될 때 창의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김 대사는 협상 결렬 성명에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미국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미국의 '새 계산법'을 기다려보겠다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미 국무부도 협상 재개를 북한에 요구했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과 '비핵화-상응조치'의 순서 배열(시퀀싱)을 둘러싼 북미간 셈법과 계산법의 차이가 극명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공항=뉴스1) 안은나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19.8.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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